(9) 김태옥의 포텐(터지는) 스피치

 

▲ 김태옥 소통테이너.
김태옥스피치센터대표

미국에 있는 뉴욕대학의 제임스 맥라홀랜 교수는 말의 속도가 달라지면 듣는 사람이 말의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실험 결과, 보통 속도보다 3배 이상 빠르게 말하면 듣는 사람은 말하는 내용의 77%를 이해하지 못했다. 열 마디의 말을 하면 두 마디 정도만 알아듣는다는 얘기이다.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상대를 혼란시켜서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 못하게 할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말하면 안 된다.

천천히 말하는 것이 내용 전달은 물론이고 권위나 무게감에서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상대가 답답할 정도로 질질 늘이면서 지나치게 천천히 말하는 것은 너무 빠르게 말하는 것만큼 역효과를 낸다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말이 빨라지는 원인은 대개 말의 속도와 생각의 속도 차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분 동안 입(소리)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낱말의 개수는 150개 이내인데, 생각은 그 4배인 600개 이상의 낱말을 처리해 낸다. 당연히 생각과 표현 사이에 병목현상이 생긴다. 말이 빨라지고 버벅 거려지는 근본원인이다.
발표장에서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속도 조절과 적절한 사이두기를 활용하는 능력으로 판별된다. ‘말이 빠르다’, ‘더듬는다’, ‘긴장한다’는 모두 동의어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대처법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문장은 결국 하나하나의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한 글자 한 글자 발음을 분명하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할 때의 발음은 글을 쓸 때의 맞춤법과 같기 때문이다.

둘째, 문장과 문장 사이, 또는 중요한 말 앞에서는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시간을 갖는다. 생각하며 얘기해야 이해하며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51초 침묵’ 연설이 세계적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애리조나주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역을 찾아가 추모연설을 했다. 연설 말미에 최연소 희생자인 크리스티나 그린(9)을 거론한 오바마는 “나는 우리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고 언급한 뒤 51초간 침묵했다.

왼쪽, 오른, 가운데 부분으로 시선을 천천히 옮겨가며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르더니 어금니를 깨물고는 연설을 이어갔다. “우리를 분열시키는 힘은 우리를 단결시키는 힘보다 강하지 않다”고 역설한 대목이 연설의 하이라이트였다. 취임 이후 최고의 명연설로 평가를 받았으며,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찬사가 쏟아졌다.

침묵을 배경삼지 않는 말은 소음이나 다를 게 없다. 음악도 쉼이 있어야 그 여운을 즐길 수 있고, 춤도 정지의 순간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독일의 사상가 켐피스는 “침묵을 사랑하지 않는 한 아무도 언어에 관하여 안전할 수 없다.”고 했다. 전달력을 높이는 것은 말의 마디이다. 마디란 문장의 구와 절,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기 전, 또는 내용이 바뀌는 대목에서 잠시 침묵하는 것을 말한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