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수현
순천여고 교사, 순천대 강사
수도 이전, 지역자치를 향한 한 걸음

지난 8일 월간중앙이 기획한 '김종인-남경필 특별대담'에서 두 사람은 수도 이전과 관련한 헌법 개정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집중은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여 국가 효율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지방자치제 시행과 행정수도의 세종시 이전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탈중앙’을 향한 일보 전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도 이전만으로 진정한 ‘지역자치’가 실현되기는 어렵다.

오래된 과제‘중앙집중현상’

서울쏠림현상 또는 중앙집중현상이 도를 넘은지 오래 되었다. 우리나라 정치는 중앙집권체제를 수백 년 동안 유지해 왔으며, 광복 이후에는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서울쏠림현상이 더욱 강화되었다. 그 결과 서울에는 주택, 교통, 쓰레기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였고, ‘지방’은 공동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여러 사람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는데, 강준만 교수는 2008년 <지방은 식민지다>는 책을 내어 ‘지방의 내부 식민지론’을 펴면서 해법을 모색하였다.

지방자치제의 의의와 한계

해결책의 하나로 200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이 직접 뽑고 지역에 알맞는 정책을 개발, 시행하는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꽃 한 송이를 피운 것으로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 과도한 중앙의 권력을 조금이나마 지방으로 이전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지방분권은 껍데기만 남아 있는 듯하다. 지방자치의 알맹이라고 할 예산(돈)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을 가지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통제·감시하고 길들이려 하는 한 진정한 지방자치나 분권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중앙에 대한 저항과 비판은 의미 있는 노력이다.

지역을 사랑하는 시민의 마음가짐

지역분권, 지역자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예산이나 지자체장·지역의원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를 잘못 만나, 때를 놓쳐서 서울(수도권)로 가지 못했다는 생각, 시골에서 태어나 지방대를 나와 지방에서 살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서울로 가겠다는 생각, 나는 못 갔지만 자식들은 기필코 서울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건강한 생각인가? 내가 나고 자란 이 지역을,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을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할 것인가. 순천을 부정하고 서울을 지향하는 사람은, 막상 서울에 살게 되면 서울을 부정하고 미국이나 영국을 동경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발붙이고 사는 땅이 있고, 이고 사는 하늘이 있다. 그 땅과 하늘을 부정하는 것은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짓이다.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실천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지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은 공동체의 일에 관심을 갖고 서로 돕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기와 자기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시민단체에 가입하여 회비를 내고 시간이 날 때 힘닿는 데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함께 모여 지방자치단체나 의회를 감시하고 지역의 경제나 교육 등을 염려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소비자운동을 하고, 지역농산물 판매-구매를 통해 지역 농민의 생활을 돕는다. 이른바 중앙 전국지의 편중을 막기 위해 협동조합 방식으로 지역신문을 발행하는 것도 그런 활동 중 하나이다. 자녀가 순천에 남아 지역의 인재로 성장하고 전남을 위해 일하도록 설득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지방’과‘지역’이라는 말의 차이

말이 나온 김에 용어의 뜻을 구별하여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지방’이라는 말은 ‘중앙’과 상대되는 말이므로 지방자치, 지방정부라고 할 수는 있어도 전남지방이나 순천지방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서울도 호남, 영남, 순천, 구례와 같이 대한민국의 한 지역일 뿐이다. 그러므로 중앙일간지, 지방방송이라고 하지 말고 서울일간지, 지역방송이라고 해야 한다. 자기 지역을 사랑하며 자랑스럽게 만들고, 지역 문화를 꽃피우는 것,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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