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민
순천대학교
물류학과 1학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은 스무 살의 생각 많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껏 승부욕이나 정직함이 나를 멋지게 만들어 주는 줄 알았고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 믿고 살아왔다. 그러나 장점이라 굳게 믿었던 것들이 나를 이기적이고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지금까지의 자부심이 부끄러움으로 탈바꿈하는 순간들이 하나둘 씩 떠올랐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교내 경진대회가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준비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팀을 이루어 함께 참가했던 친구들은 의욕만 앞설 뿐,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 빼고는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다급했다. 시간은 점점 가고 다른 팀들은 좋은 아이디어로 대회 준비가 마무리되어 갔다. 나는 더 이상 팀원들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나 혼자해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하여 혼자 준비하고 시간에 쫓겨 제출했다. 경진대회에서 우리 팀은 수상을 했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의 기분은 별로 좋아보이진 않았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어보니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얻은 것 같았다.”는 말을 들었다. 나의 승부욕과 추진력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임승차라는 씁쓸한 경험을 안겨 주어 한없이 작게 만들고 말았다.

승부욕이 가져 온 두 번째 반성은 내가 좋아하는 축구 때문에 생긴 일이다. 축구를 하면서 몸을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주위로부터 “투지가 넘친다, 승부욕이 대단하다.” 등등 칭찬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런 투지와 열정 탓에 내 몸은 상처를 달고 살았고 허리부터 발가락까지 다쳐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상처마저도 영광의 부상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생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목욕탕에 갔는데 내 몸에 많은 상처를 보시더니 축구 때문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드려도 다짜고짜 화를 내시고 혼을 내셨다. 아버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애지중지 키운 자식의 몸에 난 많은 상처는 영광이 아니라 아픔일 수 있다는 생각에 영광의 상처를 보는 인식이 바뀌었다. 지나친 승부욕보다 나를 잘 돌보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편안하게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승부욕만큼이나 솔직하고 정직한 것이고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 믿고 살아왔지만 그 솔직함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 하나가 나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았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는 아마 나에게 격려와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았다. 그런데 미처 그 생각까지 하지 못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언을 솔직하게 말하였다. 말로는 고맙다고 했지만, 친구의 표정은 굳었고 나의 정직함이 고민하는 친구를 더 힘들게 하고 말았다.

나의 장점이라 확신하며 자부심을 느끼던 승부욕과 정직함을 발산하던 빛의 순간들이 한순간에 그림자처럼 부끄러워 졌다. 장점이었지만 단점이 되었던 일들을 되짚어보니 비록 나에겐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을지는 모르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고 진한 어둠이 선명한 빛을 구분하는 것처럼 나의 단점을 고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다. 또, ‘단점의 장점’을 알게 된 후로 나에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겸손함과 다른 장점들마저도 단점으로 바뀌는 일이 없도록 스무 살의 ‘믿는 도끼’를 다시 살피는 노력을 계속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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