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필자에게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텃밭에 먹고 싶은 것을 재배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농사 기술은 모르지만, 그동안 틈틈이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직접 재배하여 수확한 농작물을 먹는 것도 즐겁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가지고, 씨앗을 뿌리고, 김을 매고, 수확하고, 먹으며, 자연학습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조그만 텃밭이라고 하지만 낫, 호미, 괭이, 삽 등과 같이 농기구가 필요하다. 농부에게는 농기구 사용법이 몸에 배어 있어 다루는 데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텃밭을 일구는 도시민의 경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농촌에서 농기구에 의한 사고는 경운기나 트랙터, 예초기와 같은 대형 농기구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은 낫이나 호미, 괭이와 같은 작은 농기구를 다루다가 사고가 발생한다. 호미로 발등을 찍기도 하고, 낫으로 손이나 다리를 베고, 괭이를 잘못 밟아 허벅지나 상체를 다치기도 하고, 삽질을 무리하게 해서 발목 염좌가 오기는 등의 사고이다. 

한번은 중요한 부위를 다쳐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라는 민원인의 119구급 신고를 받았다. 병원으로 이송한 후 들은 뒷담화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을 머금게 한다. 밭일하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서 걷던 중 괭이를 밟았는데 앞부분(괭이 날)이었고, 그 반발로 자루가 올라와서 중요한 부위를 강타했다는 것이다. 괭이자루가 보통의 경우라면 무릎을 치거나 복부를 치게 되는데, 괭이자루가 길어서 환자가 다루기 편할 만큼 조금 잘랐고, 하필 괭이자루의 길이가 중요한 부위를 강타한 것이다.

이 사례에서 문제는 첫째, 사용하던 농기구를 제자리에 놔두지 않았다는 것. 둘째, 작업 중에 한눈을 팔았다는 점이다.

농사를 짓는 시기는 작목별로 정해져 있을 것이지만 요즘과 같은 여름철에는 뜨거운 뙤약볕을 피해서 일을 하기 위해서 동이 트거나 해가 저무는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직장을 다니는 경우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 일해야 하는데, 잠깐의 시간에 텃밭을 모두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뜨거운 한낮에도 텃밭에서 일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준비해야 할 것을 잠깐 소개하려 한다. 긴소매 옷과 긴바지, 모자, 수건, 장갑과 함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시원한 물이나 음료 등이 있다. 목마르다고 차가운 물이나 음료를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은 장염을 일으킬 수 있어 적당히 목을 축이는 정도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취미로 하는 운동은 어느 한 근육만을 쓰지 않고, 전신운동을 하지만 텃밭을 가꾸는 것은 좁은 공간에서 계속 반복적인 일을 해야 하므로 특정한 근육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장시간 앉아서 호미질을 한 경우를 생각해 보면 평상시에 농사를 짓지 않은 사람은 엉덩이와 허벅지, 팔의 근육이 경직되어 아침에 일어나면 움직이는 것도 힘들게 된다. 이것이 운동과 노동의 기본적인 차이인데, 평상시에 자주 쓰지 않는 특정 근육을 장시간 사용하게 될 경우 근육이 경직되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일을 하고 나서는 휴식을 취하면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다시 텃밭을 가꾸는 일을 하면 된다.

텃밭을 가꿀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다치지 않는 것이다. 서툰 농기구를 다루다가 다치지도 않아야 하고, 뜨거운 날씨에 무리하게 일을 하여 탈진하지 않아야 하고,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한 가지 동작만을 반복하여 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텃밭을 가꾸면서 가족과 함께 싱싱한 작물을 키우는 기쁨을 계속 누릴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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