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요가 수행자의 결혼과 이혼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주인공 김민우와 함께 인도 요가 스승들의 답을 들어 볼까요?

 

 

▲ 장용창

리키아 아쉬람의 정신적 스승, 비하르 요가 대학교의 설립자, 너무나 존귀하여 ‘사라스와티’, ‘파라마함사’ 등 갖다 붙일 수 있는 온갖 극존칭어와 함께 불리는 사람, 사티아난다 사라스와티 파라마함사는, 아랫배가 나왔다. 가끔 절간에서 봤던, 나온 배를 가리지도 않고 호탕하게 웃고 있는 포대화상과 같은 모습이었다. 제주도의 한주훈 선생으로부터 육체 훈련을 최고의 정신 수행으로 여기는 하타 요가를 배운 김민우에겐 편견이 있었다. 육체가 게을러지면 정신도 게을러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비록 사티아난다가 팔순이 넘었다 하더라도 육체 훈련을 게을리하여 배가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아직,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육체 훈련 말고도 많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요가의 초짜배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사티아난다에게 물으려던 김민우는, 그 노인의 튀어나온 아랫배를 보고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설령 그가 물으려 했다 하더라도 사티아난다가 그의 질문에 답할 것 같지는 않았다. 오백명 관중 앞에서 인도 말로 했던 그의 강연 내용을 나중에 젊은 스와미에게 물어보니, 아쉬람이 근처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자선 사업을 펼친 것을 얘기하면서 유럽의 기부자들에게 감사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고귀하고 영적이고, 순수하고, 신적인 말씀을 기대했던 김민우는 사티아난다의 튀어나온 아랫배보다 더 실망하고 말았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행동이야말로 가장 고귀하고 영적인 행동임을 김민우는 아직 몰랐기 때문이다.

리키아 아쉬람은 갠지스 강의 중하류에 있어, 동서남북 사방에 지평선이 보일만큼 넓은 평야 지대에 있다. 김민우는 이제 생활에도 요령이 생겨,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회합 기도 전에 정원에서 아사나 체조를 즐기기도 했다. 지평선으로 떠오르는 해와 눈을 맞추면서 태양 인사 체조를 하는 것은 꿀맛이었다. 지평선에서 튀어나온 단 하나의 산, 시바(인도의 신 이름) 산 동굴에는 사람들이 가져다 주는 음식을 먹으며 15년 동안 동굴을 떠난 적이 없는 수행자가 있었다. 김민우는 이제, 그 수행자와 오분간 눈을 마주치기 위해 브라질 요가 협회 사람들이랑 같이 차를 타고 아쉬람 밖을 다녀올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주말에는 전화도 할 수 있었다. 서른 살 김민우는 이제 어머니보다 애인이 더 그리울 나이였다.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어, 마이 걱정했나? 여는 개않다. 살만하네......당근 보고 싶지. 퍼뜩 온나.” 김민우는 그녀에게 호감을 주려고 일부러 그녀의 고향인 경상도 사투리로 말했다. 보고 싶다는 건 사실이었지만, 빨리 오라는 건 그의 마음이 아니었다. 그는, 암컷을 위해 예쁜 둥지를 짓는 수컷 긴꼬리딱새처럼, 인도에서 그녀가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인도 생활을 잘 준비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쉬람은 인도 안에서도 인도와는 너무나 다른 섬과 같은 공간이었다. 이 폐쇄적인 천국인 아쉬람 생활만 해서는 아쉬람 밖에서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울 수 없었다. 아쉬람을 떠날 때가 되었다.

리키아 아쉬람을 떠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요가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그의 열망이었다. 삶에 대한 좋은 말들, 단편적인 경구들은 이미 많이 들었다. 하지만, 김민우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다. 사과가 하늘로 솟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 단순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뉴턴이 프린키피아(물리학 원론)라는 체계적인 물리학 책을 썼던 것처럼, 그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신과 인간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하는 체계적인 답을 찾고 있었다. 그가 비하르 요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비하르 요가 대학교의 4개월 요가 입문 과정은 10월에 시작하지만, 그는 일단 그 학교로 가서 입학 신청서라도 받고, 교수들이랑 얼굴이라도 터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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