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잊혀질만한 하면 등장하는 뉴스 중 하나가 소방관 순직이다. 소방관 외에도 위험한 직업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지난 5월 강풍이 불 때 건물에서 위험한 물건(간판)을 제거하던 중 소방관 한 명이 낙하물에 맞아 중태에 빠졌고, 끝내 순직했다. 해마다 5~6건 정도의 소방관 순직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는데, 원인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일을 하였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소방관 순직은 필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간판을 제거하거나 고양이를 구하고, 화재를 진압하고, 벌집을 제거하는 등 어느 것 하나 위험하지 않은 일이 없다. 소방관의 업무는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업무가 아니라 항상 새로운 형태의 위험에 직면한다.

필자도 많은 현장활동을 해온 경력자라 자부하지만, 앞서 간 순직 소방관들처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다른 소방관의 순직이 곧 나의 순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것이 소방관의 현실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가족이 있다. 소방관들도 가족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100일 된 아이를 두고 출근하여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위태롭게 달려있는 건물 간판을 제거하다가 낙하물에 부딪쳐 순직을 하였다면, 남아 있는 순직 소방관의 가족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우리나라 법률에도 순직 공무원에 대한 보상이 명시되어 있다. 기본적인 유족 보상금과 연금이 있는데, 2억 원 이내의 수준이다. 국가에서 보장하는 보상금이 남아있는 가족을 위한 금액이 될 수 있을까? 각자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일 수도 있다.

많은 소방관들이 소방관은 위험한 직업인 줄 알고도 선택한 직업이었고, 위험한 일을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급여를 받아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소방관의 업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지역의 소방관 순직이 남의 일이 아닌 이상 우리 가정에 가장이 없는 순간이 되었을 때 나머지 가족의 생활을 위한 금액은 얼마일까?

다른 직업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는 찾아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소방공무원들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순직이 있을 때 전국에서 근무하는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1만 원 이상 조의금을 모금하여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시작해온 것으로 국가에서 보상하는 금액이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가족에게 부족하다는 것을 자각한 소방공무원들 스스로의 자구책으로 만든 것이다.

소방공무원들은 국가직이 아닌 광역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지방공무원이다. 전라남도 소방공무원과 강원도 소방공무원의 경우, 근무하는 곳과 임용된 곳이 다르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 소방공무원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위험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위험한 업무인 것을 알고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망하였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률에서 정하는 데로 순직을 인정해 주고, 남아 있는 가족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언론보도를 통해 보고 싶지 않은 것 중에 하나가 소방공무원의 순직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곳에서든 소방공무원의 순직이 언론에 보도될 것이다. 아무리 위험을 느끼고 안전을 고려하면서 업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소방공무원의 업무 자체가 국민에게 닥친 위험한 상황을 안전한 상황으로 바꿔주는 역할인 만큼, 소방관 순직 사건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일수 있다. 국민에게 닥친 위험을 소방공무원이 개입해 안전하게 바꿔준다는 것은 국민의 위험이 소방공무원의 위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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