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인 장혜란(가명)입니다. 저는 훌륭하신 부모님, 다정한 오빠 둘과 함께 살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주 어릴 때 입양되었는데 모르고 있다가 중학교 때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의 친부모의 사정이 너무나 딱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부모님께 정말 미안하고 친척들 보기도 부끄러웠어요. 그 뒤로 부모님께 무척 반항적이고 화도 잘 내는 성질 급한 아이가 되어 버렸어요. 저는 너무 견디기 힘들어 가출도 했고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친구들은 제가 너무 좋은 부모님과 형제들을 가지고 있다고 부러워했지만 그런 친구들 앞에서 난 입양아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부모님은 저에게 무척 잘 해주세요. 저는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부모님 앞에 나서기가 힘들었어요. 어떻게 부모님을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러면 어떨까요

친부모인 줄 알고 살다가 갑자기 입양된 것을 알았을 때, 혜란 양이 얼마나 당황했을까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을 길러준 부모님을 무척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스럽네요. 혜란 양이 잠시 혼란을 느껴 부모님께 반항도 하고 가출도 했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왔잖아요? 얼마든지 노력하고 시간이 흐르면 더욱 굳건한 가족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과정이 무척 힘들 거예요. 그러나 부모님과 오빠들도 혜란 양을 잘 도와주고 있으므로 혜란 양의 마음이 점차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그들을 대할 수 있을 거예요. 너무 조급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때로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도 있는 법이거든요.

입양아라는 것은 결코 죄인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해준 친부모가 아무리 못난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겠죠. 친부모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딱한 사정을 혜란 양이 이해하고 있는 것을 보니 참 어른스럽네요. 그리고 부모님께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려는 모습을 보니 얼마든지 이런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큰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께서도 아마 혜란 양을 믿어 주고 계실 거예요. 얼마든지 혼자 힘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요. 만일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안다고 해도 결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혜란 양 스스로가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 줄 때 서로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에요. 친부모가 원망스럽고 지금의 부모님과 힘들 때가 있는 경우 그 순간을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기꺼이 그 감정을 인정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그런 감정들을 잘 표현하지 않으면 더욱더 힘들어 지지요. 부모님과 오빠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해보세요. 처음에는 그들의 얼굴도 보기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원래 화목하게 잘 지내왔기 때문에 먼저 손을 내민다면 그들이 혜란 양의 손을 잡아줄 거예요. 가족들은 혜란 양의 그런 모습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요. 용기를 내면 뜻밖에 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의 현재 모습을 천천히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생각해 보세요. 입양된 순간부터 혜란 양은 또 다른 한 가족을 만나게 되었고 자신이 친딸이 아닌데도 그 이상으로 대해 주신 부모님을 생각하고 혜란 양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친자식이 아니라 해도 그 이상으로 잘 지내는 집이 생각보다 많답니다. 혜란양과 부모님 또한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만났다고 할 수 있지요. 앞으로 더 좋은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 혜란양의 태도가 더 중요할 겁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전처럼 될 수 있도록 한 번 마음을 편하게 가져 봐요. 자신도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고 가족들도 도와주고 있으므로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군요.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더 소중한 존재들이 될 수 있어요.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서로 원수처럼 지내는 사람들도 많답니다. 그들이 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아닌데도 말이지요. 그런 훌륭한 부모님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혜란 양에게는 크나큰 행운이 될 수 있지요. 부모님께서도 혜란 양을 키우면서 힘든 과정이 많았을 거예요. 그들도 한 사람의 나약한 인간이잖아요. 혜란 양이 마음을 넓게 가질수록 세상은 더 넓게 느껴질 거예요. 힘내세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