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요가 수행자의 결혼과 이혼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주인공 김민우와 함께 인도 요가 스승들의 답을 들어 볼까요?

 

 

▲ 장용창

인도 자르칸트 주의 리키아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사티아난다 아쉬람에서 김민우가 가장 즐긴 것은 밥이었다.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달콤한 차이를 이 곳에선 그가 콜카타의 시장에서 샀던 1리터짜리 스테인리스 스틸 컵에 가득 담아 먹을 수도 있었다. 높이가 3미터나 되는 진흙 가마에서 구워내는 각종 빵은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서, ‘아무리 빵을 먹어도 쌀밥이 안 들어가면 배가 고프다’고 했던, 전형적인 한국 사람인 김민우의 배조차 충분히 부르게 해주었다. 가장 자주 먹은 것은 콜카타 역에서 대마초인 ‘비리’를 나눠 피우던 사람들이 먹던, 녹두죽을 통밀가루 자파티에 싸서 먹는 것이었다. 숟가락 같은 도구는 전혀 없이 맨손으로 먹는 전통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김민우가 옆에서 같이 먹던 인도 사람에게 물었을 때, 그는 가장 흔한 답을 들었다. ‘하느님으로부터요.’

 

삶이 심심하다는 점에서 리키아 아쉬람은 천국이었다. 매일 아침 예배당에 모여서 요가의 기도인 만트라로 만든 노래를 몇 곡 부르고 나면 그 날 할 일을 배정받았다. 아쉬람의 성직자인 스와미들이 매일 아침 각 방문객들에게 할 일을 배정해주었다. 그 시키는 일이라는 것이 식당에서 감자를 깎는 등의 음식 준비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 마당에서 나뭇잎을 쓰는 것, 혹은 건물 청소를 하는 것 등이었다. 점심을 먹기 직전 식판을 받아들고 요가 경전인 바가바드기타 15장을 다함께 노래로 부르고,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예배당에 모여서 한 시간 정도 노래를 부르면 일과가 끝났다. 그 외엔 아무 일도 없었다.

노동의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없다는 것이 이 곳을 천국으로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삼십년 동안 평가의 두려움과 칭찬의 안도 속에 살아온 김민우는 이것이 너무나 당황스러워 천국에서도 행복할 수 없었다. 일을 배정할 때조차 스와미들은 ‘혹시 당신은 이 일을 하고 싶은가?’라고 물어봤다. 그러면 김민우는 ‘아, 그냥 하라고 하면 될 것이지, 하고 싶은지는 왜 물어봐?’라고 마음 속으로 말하곤 했다. 마당에 떨어진 님나무 잎을 쓸어낼 때 김민우는 불안했다. 도대체 어느 만큼 깨끗하게 쓸어야 칭찬을 받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떨어진 나뭇잎은 나무 아래뿐만 아니라 저 멀리 높다란 벽 아래까지 날아갔는데, 어디까지 쓸어야 한단 말인가?’ 삼십 평생 칭찬을 얻기 위해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일하고, 영민한 머리와 빠른 눈치 덕분에 늘 일등만 했던 그였다.

그런데, 정작 하루 일과가 끝날 때쯤 스와미들은 김민우가 한 일에 대해 전혀 평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민우는 이것이 당황스러웠다. 수학 시험을 빵점 맞았는데 담임 선생이 때리지 않을 때의 불안함과 같은 것이었다. 아쉬람에 온지 한달쯤이 되어서야 그는 드디어 일을 스스로 즐기게 되었다. 아침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했고, 하루 중에 일을 어떻게 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지도 스스로 정했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일의 결과보다 자신의 성실에 대해 스스로 칭찬했다. 드디어 심심한 천국인 리키아 아쉬람의 문화에 편안히 젖어든 것이다. 노동 혹은 행위의 결과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고 신에게 맡기는 것이 요가의 네 가지 흐름 중 하나인 카르마 요가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배우기 전에 김민우는 몸으로 익힌 것이다. 몸으로 익힌 이 배움이 앞으로 오래도록 그에게 도움을 주리라는 사실을 김민우는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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