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요즘에도 술을 밥처럼 먹는 사람이 있다. 술은 먹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것이다. 술을 마실 때는 씹듯이 이리저리 음미하며 천천히 넘겨야 한다. 씹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맛을 느끼는 것처럼, 마시는 행위 또한 그냥 털어 넣는 것이 아니라 술과 나의 교감이 필요하다. 음식물이 몸속으로 처음 들어와 서로의 기운을 교류하고 소통하는 곳이 입속이다. 씹어 먹는 것처럼 마셔야 제대로 마신다고 할 수 있다.

술은 엄청난 독약이다. 술만큼 빠르게 흡수되어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은 없다. 한 잔의 술로도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며 말이나 목소리가 변한다. 마음마저 요동시키며 울거나 기뻐하고 졸리기도 한다. 오래도록 술을 마시면 시력장애, 황달, 당뇨, 해수, 부종 등이 오고, 중독에 이르기도 한다.

▲ [사진출처: hk.mensuno.asia]

술은 효과가 강력하여 [동의보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약재다. 약방의 감초는 1,835번 나오지만, 술은 무려 3,526번이나 나온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많은 보약은 대부분 술과 함께 복용하거나 약재를 술로 빚어서 사용한다. 보약은 몸의 깊은 곳에 있는 근원의 기운이 약해졌을 때 사용하는데, 술은 보약을 몸의 근원과 구석구석으로 깊이 빠르게 보내는 효능이 있다.

술을 약으로 사용하려면 정종이 좋다. 하루에 소주잔 1잔 정도를 따뜻하게 꾸준히 마시면 혈액순환이 안 되어 손발이 시리고 저리거나 소화불량인 경우, 자궁 질환이 있거나 어혈이 있는 경우에 매우 좋다.

술의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다른데, 증류주는 사지 말단으로 빨리 퍼트리고 몸을 재빠르게 덥히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곡주에는 곡기가 서려 있기 때문에 많이 마시면 체하거나 붓기 쉽다. 맥주는 찬 성질이라 몸이 찬 사람은 설사할 수 있다. 술에 대한 오해도 많다. 음주 후 사우나에 가는 것은 혈관을 확대하여 결과적으로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장국을 먹는 것은 위나 장을 더 자극하니, 맵거나 뜨거운 음식은 피해야 한다.

술독은 땀을 내거나 소변을 통하면 잘 풀린다.
속을 푸는 데는 덩굴식물인 칡이나 칡꽃이 효과적이다. 안주로 나오는 포도, 수박, 참외, 오이, 오미자, 토마토 등은 덩굴식물의 열매로 숙취를 예방한다. 청주로 인한 숙취에는 무즙이, 맥주에는 대나무 잎을 달인 물이 특히 좋다. 팥이나 검은 콩을 달여 마시는 것도 효과가 좋다.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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