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소방공무원으로 임직한 지 벌써 25년이 되어간다. 출동할 때마다 “고생한다”, “수고많다”는 칭찬과 격려는 있지만 쉽게 들을 수 없는 말이 “빨리 왔다”는 것이고,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늦게 왔다”는 것이다.

소방관서(소방서와 119안전센터)가 가까이에 있는 지역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이라도 빨리 소방서비스(화재진압이나 구조구급 등)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전라남도의 경우 고흥군, 곡성군, 구례군, 무안군, 신안군, 완도군, 장성군, 장흥군, 진도군, 함평군 등 10개의 지방자치단체에는 소방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인근 소방서에 소속된 119안전센터가 소방업무를 담당한다.

시(市)에는 소방서가 모두 설치되어 있지만 도농복합도시의 경우 119안전센터가 3~4개의 면(面)을 담당한다. 도심의 경우 가까운 곳에 119안전센터가 있지만 읍면지역은 소방서비스를 받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가까운 곳에 소방관서가 있는 도심에서도 시민이 기다리는 시간을 넘겨 도착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119안전센터에 있는 A구급대를 예로 들어 보자. A구급대가 먼거리에 있는 면지역에 출동을 갔을 때, A지역에 또 다른 구급신고가 들어오면, A지역과 가까운 B구급대를 출동시킨다. 이 때문에 A지역에서는 평소보다 10~20분 더 늦게 출동하게 된다. 구급서비스가 집중되는 저녁에는 도심에서 동시에 2~3건의 구급출동이 발생한다. 이 경우 B지역에 구급 신고가 들어오면, 더 먼거리에 있는 C구급대가 출동을 하게 되고, 도미노식으로 C지역에 구급 신고가 들어오면 구급출동을 마치고 복귀한 A구급대가 C지역으로 출동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바로 옆에 119구급대가 있음에도 평소보다 늦게 구급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만약 A구급대가 출동을 하여 다른 구급대에서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릴 경우 119안전센터에서 소방차량을 현장으로 보내 응급처치와 함께 구급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픈 환자가 있는 경우 119구급대가 도착하기만 기다리는 시민의 입장에서 예상한 시간보다 늦게 119구급대가 도착하면 늦었다고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바로 옆에 119구급대가 있는데, 더 먼거리에 있는 119구급대가 출동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119안전센터의 관할 구역 중 가장 먼 곳은 약 30km 정도 떨어져 있고, 왕복 2차선의 굴곡이 심한 도로에 대형트럭 진입이 어려운 농로와 마을길이 있어 출동 시간은 더딜 수밖에 없다. 먼 거리로 출동을 나갈 경우 동시다발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빨리 출동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렇지만 지리적 여건에 따라 화재나 구급활동에 대한 골든타임을 지킬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때는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근무에 임할 수밖에 없다.

가족이나 친구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순천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하루에 약 40~50건 이상의 구급 신고가 들어오고 출동을 한다. 119구급대가 어느 한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30만 명에 가까운 순천시민을 위해 일하는 것을 안다면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119상황실의 안내에 따라 응급처치를 하거나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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