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소설-요기 2 - 리키아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주인공 김민우와 함께 인도 요가 스승들의 답을 들어 볼까요?

 

 

▲ 장용창

“오, 영어가 된다.” 콜카타의 여행사 사장과 이야기를 나눈 후 김민우가 가장 감격했던 건 자신의 영어 실력이었다. “그래, 내가 말했잖아. 영어는 학문이 아니고 그냥 언어일 뿐이라고. 다른 사람들이랑 의사 소통만 되면 된다고.” 듣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중얼거리는 것은 인도에 온 이후 얻은 버릇이다.

 

여행사 사장은 김민우를 만나서 기쁘게 놀랐기 때문에 모든 것을 친절하게 알려줬다. 김민우는 비하르 요가 대학교의 4개월 요가 입문 과정에 들어가고 싶어서 신청서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 인터넷을 몇달 동안이나 뒤져 겨우 찾아낸 정보가 바로 이 콜카타의 여행사 사장이었다. 이 사람이 비하르 요가 대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찾아가면 도움을 준다는, 어떤 호주 사람의 글이 있었던 것이다. 그 글에 담긴 주소와 이름 하나를 믿고 찾아왔다는 김민우의 말에 여행사 사장이 놀랐던 것이다. 그래, 가끔, 열정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여행사 사장은 더 좋은 정보를 김민우에게 알려줬다. 비하르 요가 대학의 설립자인 사티아난다 사라스와티가, 대학교가 아니라 리키아라는 시골 마을의 아쉬람에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리키아 아쉬람으로 전화를 걸어 ‘한국에서 온 어떤 요가 수행자가 아쉬람에서 머물러도 되냐’고 물어봤다. 저쪽에서 괜찮다는 응답을 했다면서, 소개서까지 써서 김민우에게 주었다. 게다가 요가 대학교의 4개월짜리 코스는 10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 대학교에 가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김민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새로운 곳을 소개받은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요가 대학교의 설립자를 만날 수 있다니.  

리키아 근처 도시인 데오가르까지 가는 기차를 콜카타에서 탈 때, 그는 첫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도착하는 시각이 새벽인 기차를 탔다. 콜카타 여행사의 사장처럼, 인도 사람들은 요가 수행자에게 친절했다. 김민우는 도착역을 놓칠까봐 옆 사람에게 데오가르에 도착할 때쯤 알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그러겠다고 하고는 어디까지 가는지 김민우에게 물었다. 김민우가 리키아의 아쉬람에 간다고 했더니, 자기도 아쉬람을 가봤다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묻기도 하는 것이었다. 김민우는 자기가 요가를 “쫌” 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새벽 세 시쯤 데오가르 기차역에 내려 동이 틀 때까지, 김민우는 옆에 있는 인도 사람들이 기다란 천으로 하는 것처럼, 비행기에서 받아온 아크릴 담요로 몸을 휘감고 앉아서 기다렸다.

날이 밝아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삼륜 자동차 택시를 타고 아쉬람에 도착한 김민우는 아쉬람의 벽이 삼미터나 되는 것에 놀랐다. 강철로 만든 정문은 광화문에 있는 미국 대사관 정문처럼 견고해 보였다. “동네 사람들하고 싸움이라도 하는 건가?” 대문 밖에 있을 땐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대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음이 달라졌다. 첫 눈에도 그곳이 천국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키가 큰 나무에서부터 작은 나무, 꽃과 잔디까지 아름다운 식물들이 온통 가득했다. 수시로 가뭄을 겪고, 땔깜나무를 과다하게 채취해서 식생이 빈약한, 아쉬람 밖 가난한 인도의 풍경과 달랐다. 그는 이 아쉬람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천국은 작기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행히 아쉬람에 머무르는 것이 허가되었다. 여기서도 비결은 그의 열망과 진심이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그는 요가를 배우고 싶어서 비하르 요가 대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콜카타 여행사 사장의 권고를 따라 이곳으로 왔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한 스와미(우리 말의 ‘선생님’처럼, 아쉬람에서 성직자를 부르는 말)는 콜카타 여행사 사장을 몰랐지만, 그의 말을 듣고 그의 열정과 진심을 알아봤다. 파울로 코엘료가 연금술사에서 말한 것처럼, 초심자에게 따르는 행운이 아직 김민우에게 남아 있었다. 이제 이 아쉬람에 머무른다는, 요가 대학교 설립자인 사티아난다 선생에게 왜 사느냐고 묻기만 하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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