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요기 1 - 콜카타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주인공 김민우와 함께 인도 요가 스승들의 답을 들어 볼까요?

 

 

▲ 장용창

“쌤이 아난다예요?” 통영 삼봉산 남쪽 기슭의 달포 마을, 아난다 공부방에 다니는 충렬여고 1학년 은미가 자기 영어 과외 선생에게 물었다. “아난다가 뭔 뜻이예요? 안 한다는 뜻인가? 아하, 날아간다는 뜻인가?” 인도를 다녀온지 십년이 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김민우에게 영어를 배우던 은미는 자꾸 인도 얘기를 물었다.

 

2005년 1월 어느날 저녁, 김민우는 인도의 동쪽 콜카타에 있는 어느 여행자 숙소 골목을 헤매고 있었다. 도둑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처음 간 필리핀과 태국, 캄보디아에서 친구들의 여행 가이드를 할 정도로 그는 여행이라면 자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위험을 부를 때도 있었다.

안내 책자인 론리 플래닛만 믿고 숙소 예약도 안 한 게 잘못이었다. 콜카타 기차 역 앞에서 기름 없이 구운 밀가루 전병에 녹두죽을 싸먹고 대마초를 나눠 피우던 사람들 구경을 너무 오래 한 것도 잘못이었다.

YWCA 게스트하우스에서 겨우 방 하나를 얻어, 불을 켜도 침침한 방 한 구석 침대에 몸을 뉘어도 불안은 가시지 않아, 김민우는 자꾸 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했다. 마음의 평화를 얻겠다고 찾은 인도의 첫날밤은, 어떤 외부적 위협이 없는데도 불안으로 가득했다.

분주한 창밖 소리에 잠을 깼을 때, 김민우는 왜 태양 인사 요가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밤새 그를 괴롭혔던 불안이, 아침 햇살 한 줄기에 어둠처럼 바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세수도 안 하고 거리로 나간 그는 류시화의 책을 읽으면서 인도에 가면 매일 하고 싶었던 아침 차이 마시기부터 했다. 우유와 홍차, 설탕으로 만든 차이는, 설탕 때문인지 중독성이 있다. 그를 깨웠던 팔가조 새 소리가 차이 수레 앞에서 더 또렷이 들렸다.

“근데, 이제 뭐 하지?” 들어줄 한국 사람도 없는데,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비하르 요가 대학교의 4개월짜리 요가 코스를 정식으로 다니고 싶어서 한국을 떠나기 전 신청서를 이메일로도 보내고 편지로도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곤 무작정 인도에 왔으니, 딱히 비하르 요가 대학교에서 자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태어난 후 삼십년만에 처음으로 맞은 자유는 그가 삼년전 회계사 시험에 붙었을 때 처음 입어본 양복처럼 어색했다.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다. 아무도 그에게 일을 시키지도 않았다. 대략 일년치 생활비가 통장에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일년은 돈을 벌 필요도 없었다. 정말 이상했다. 아침에 깨어났는데,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이 어색한 자유의 아침이 콜카타의 팔가조 새 소리와 함께 그에게 찾아왔다.

‘너의 질문이 너의 삶을 이끌 테니, 그걸 따라 가라.’ 제주도에서 만났던 한주훈 요가 선생의 말이 어색한 자유를 맞은 그를 위로했다.

그에겐 인도에서 답을 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혼자 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회계사로 돈 벌고 싶은 마음도 있고, 요가를 가르치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왜 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인간은 왜 사는 겁니까?’

이제 이 질문에 답해줄 스승만 찾아내면 된다. ‘설마 이 넓은 인도, 요가의 고향에 고작 이 정도 질문에 답할 스승이 없겠는가?’ 김민우는 달콤한 차이를 마시며 희망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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