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칼럼_삶 그리고 죽음

▲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우리 집 얘기가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라. 아침 밥상에 아들이 앉았다. 엄마는 어제 다 못하고 밤새 되새긴 ‘그것’을 묻는다. 그 물음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너무 다양해서 특정할 수 없다. 그 다양한 물음에 아들의 답은 거의 ‘몰라’다. 거짓을 말하는 것이 잘못하는 행동보다 열 배, 백 배는 더 나쁘다고 귀에 전봇대가 박히도록 십 년 넘게 호소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다. 모르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대부분 회피성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참 다양하다. 사실을 빠뜨리는 은폐, 거짓을 사실처럼 말하는 기만, 확실한 답변을 피하는 회피,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원인을 숨기는 현혹, 일부의 진실을 드러내면서 본질을 숨기는 왜곡 등 방법이 가지가지다.

▲ [사진출처: rollandaonlineshoppillows.blogspot.com]

재미있는 예가 있다. 청와대 허모 행정관은 정신대대책협의회를 ‘종북단체’로 지칭하며, 어버이연합이 집회를 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청와대에서는 “‘청와대’는 ‘지시’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청와대라는 건물이 사람에게 지시할 수 없다. ‘지시’와 ‘협의’는 상호 대등성에서 차이 난다.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일개 단체 실무자와 대등하다?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다. 그리고 한일 간 위안부 합의의 본질도 알고 싶다. 어버이연합과 청와대, 전경련과의 연결뿐 아니라,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미국의 개입이 과연 없었는지, 합의 이면에 다른 거래는 없었는지도 알고 싶다. 미국이나 청와대 등 본질적인 문제는 슬쩍쿵 어디로 가버리고, 허 행정관 선에서 처리될 것 같은 냄새가 난다.

그런 냄새는 뒤로하고, 상대에게 자신을 감추는 좋은 방법은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소극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마스크나 가면을 쓰고 아예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방법은 감정의 동요를 숨기고 아무런 감정도 표현하지 않으며,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보다 쉽고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진짜 감정을 숨기고 다른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다.


미소는 가장 쉬원 표정, 
의도적 미소가 평화를 가져와


다른 감정을 연기하는 데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미소다. 미소는 인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는 표정 중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다. 젖먹이가 우는 행위 다음에 하는 것이 미소라는 것을 생각하면, 미소는 그냥 타고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천부적이기에 마음만 있으면 바로 할 수 있다. 쉽게 지을 수 있는 미소임에도 자주 지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껏 마음 다잡고 미소를 지을라 쳐도 세상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미소가 아니라 시쳇말로 ‘썩소’가 지어진다.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옆 사람에게 지긋이 미소를 지어보는 것, 여기서 평화가 시작된다. 아들에게 미소를 짓는다.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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