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경쟁은 뒷전이었다. 오직 ‘도와달라’는 구걸과 눈물의 대결이었다. 4월 13일 끝난 순천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말이다.

2014년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국회의원. 예산폭탄과 순천대 의대 유치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었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국정화 교과서와 관련한 발언도 반 이정현 정서에 불을 붙였다. 이정현 의원에 호의적이었던 여론도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순천의 시민단체들이 이정현 의원에 대한 공약 이행여부를 평가했는데, 낙제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놓았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이정현 의원에 대한 지역 주민의 지지철회 여론이 확인되었다. 여기에 더해 국회의원 선거구가 조정되면서 이정현 의원의 고향인 곡성군이 순천시와 분리되면서 또 악재가 겹쳤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 보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각 정당의 후보 공천 과정에 언론사에서 한 여론조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공천자의 우세가 점쳐졌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자로 노관규 후보가 결정된 이후 3월 말과 4월 초에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노관규 후보는 이정현 후보에 10% 안팎의 우세를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 노관규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더민주 공천 탈락자들이 모두 공동위원장으로 힘을 실어준 것도 큰 힘이 되었다.

상황이 이쯤에 이르자 이정현 의원의 선거운동 방식이 읍소전략으로 바뀌었다. 선거 유세에서도 정책과 공약 제시보다 “한 번만 더 도와달라. 은혜를 갚겠다”는 발언만 반복했다. 눈물로 지역 주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동영상을 시민들에게 뿌렸다. 

한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자로 노관규 후보가 결정된 이후 여론에 이상기류가 형성되었다. 그의 시장 재임 시절 독선적 행태 때문에 형성된 순천의 뿌리 깊은 반 노관규 정서가 확산되면서 여론이 요동쳤다. 앞서가는 여론에 취한 때문인지 노관규 후보 측의 선거운동에 거부감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어느덧 이정현도 싫지만 노관규는 더 싫다는 여론이 확산되었다. 2014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패한 이후 1년 8개월의 민심탐방을 해 온 노관규 후보를 보며, 과거의 독선적인 성격이 변할 것으로 기대했던 시민들에게 기자 고발 사건은 예전의 노관규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노관규 후보 측은 여론이 심상치 않자 선거 일주일 전부터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눈물의 유세를 했지만 급격하게 나빠진 여론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도와달라, 노관규를 믿고 한번만 도와달라”는 노관규 후보의 호소는 공허하게 길바닥에 흩뿌려졌다. 선거가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지만 순천 유권자들에게 이번 선거만큼 참담한 선거가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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