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조치 아쉬워


■ 커버스토리-동천 ‘고향의 강’ 사업


동천에는 지금‘고향의 강’조성사업이 한창이다. 기자는 지난 3월 말 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지낸 강감정 씨와 함께‘고향의 강’조성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동천을 찾았다. 공사현장을 직접 보고‘고향의 강’조성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당시 동천을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를 르포기사 형태로 정리했다.



 
지금 동천의 순천만정원 옆에서부터 동천교까지는 공사가 한창이다. 집게가 달린 굴삭기가 돌을 들어 호안에 쌓고 있다. 강바닥에서 퍼낸 흙은 둔치 곳곳에 쌓아두었다. 그 흙더미 안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었을 것이다. 

순천시가 추진하는 동천 ‘고향의 강’ 사업에는 291억 원의 돈이 들어간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이사업은 왜 하는 것일까? 순천시의 사업계획서를 보니 “향수가 깃든 옛날 하천기능으로 복원”하고 “생태환경 개선”을 위해서 이 사업을 한단다. 함께 걷던 강감정 씨가 한마디 거든다. “순천시에서도 동천은 1급수가 흐르는 하천이라고 자랑한다. 그런데 굳이 공사를 하는 것을 보면 고향의 강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토목공사를 하려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했다.

호안에 굴림석을 쌓는 것이 생태환경을 개선하는 것일까? 미관상으로 아름답게 보일 수 있지만 예전부터 그 곳에 살았던 생명체에게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겠다. 누구를 위한 생태개선일까? 인간을 위해? 이 사업때문에 그 구역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는 그곳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다.

강 씨는 “붉은발말똥게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의 바위틈이나 둔치에 구멍을 내고 그 곳에서 서식을 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호안을 긁어내고 새로 쌓게 되면 붉은발말똥게가 살 수 있겠어요? 붉은발말똥게는 국가보호종이기 때문에 그게 있으면 공사가 안 되니까 몇 십만원 씩을 주고 강제 이주시키고 있다”고 했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보호해야할 순천시가 오히려 서식지를 파괴하는 이상한 생태환경 개선 사업이라는 말이다.

▲ 지난 3월 말 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지낸 강감정 씨와 함께 ‘고향의 강’ 조성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동천을 찾았다.

붉은발말똥게는 그나마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이번 ‘고향의 강’ 사업 때 붉은발말똥게 보호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국가보호종인 멸종위기생물 중 붉은말말똥게를 제외한 나머지 멸종위기생물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순천시의 ‘고향의 강’ 사업계획을 봐도 수달 등 9종의 멸종위기생물의 보호조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이 공사를 하기 전에 작성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수달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이 확인될 경우 서식상태, 생태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대체서식지 조성 등 보전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동천 상류에서부터 순천만습지까지 곳곳에서 수달이 수시로 발견되고 있고, 동천에 수달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알려졌음에도 수달 에 대한 보호 조치도 아직까지 없는 상태이다. 

전주천은 고향의 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달 서식지를 따로 만들었다는데, 순천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 전주시의 생태적 마인드가 부러울 따름이다.

공사 구간을 걷다 보니 강 옆에 쌓여 있는 굴림석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굴림석 쌓기에 소요된 예산만 약 10억 원이다. 자연석을 쌓는 것이 생태적인 것일까? 
 
“여기에 쌓여 있는 돌이 이 근처에서 가져온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있는 돌을 채석하여 트럭에 싣고 이동해 왔을 것인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을 파괴한 것일까요? 그동안 호안에 사용했던 콘크리트는 또 다시 폐기물로 어딘가에 버려질텐데요. 처음부터 콘크리트 대신 자연하천 그대로 두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부수고 다시 쌓고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이 파괴되고 예산은 낭비되고...” 강 씨의 말이다.
이번 공사 구간에는 습지보호구역이 포함되어 있다. 습지보호구역에는 도축장에서 해룡면 농경지로 이어지는 동천교가 있다. ‘고향의 강 조성사업’ 안에는 동천교를 2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어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했을 텐데, 그곳에서 공사를 하게 되면 그곳에 살고 있던 수많은 생명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습지보호구역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고향의 강 조성사업을 할 수는 없었을까?

 
전주는 고향의 강 사업을 하면서 철거하기로 한 어은골 쌍다리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순천에서는 동천교를 ‘양보의 다리’로 보존할 수는 없을까?

300억 원에 달하는 시민 세금을 들여 동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것이 생태하천인지 궁금하다. 콘크리트 대신 자연석을 쌓는 게, 기존의 다리를 2차선으로 확장하는 것이 생태적인 하천으로 만드는 것일까? 이 공사가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1급수가 흐르고 있는 동천을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적인 것이 아닐까? 고향의 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을 다른 곳에 쓰이면 어떨까? 공사 구간을 걸으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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