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관
훈련(訓練, drill)의 사전적 의미는 ‘재주나 기예 따위를 배우거나 익히기 위해 되풀이하여 연습하는 것’이고, ‘일정한 목표나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실천시키는 실제적 활동’이다.

소방관들은 소방훈련을 한다. 00문화재 합동훈련, 00기관 합동훈련, 00아파트 합동훈련 등이 있다. 소방훈련은 언제 어느 때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현장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고, 국민들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도록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이중 합동소방훈련은 소방대상물에서 소방관서와 해당 건물의 근무자가 함께 훈련을 하는 것이다. 소방 대상물은 관공서와 학교, 각종 공사 등의 공공기관과 아파트, 상가, 공장, 시장 등의 대형건축물이 해당된다.

합동소방훈련은 소방대상물 자위소방대의 임무 편성에 따라 인명대피와 피난, 주요 물품 반출, 화재진압, 인명구조, 신고 등을 행하는 자위소방훈련이며, 이어서 소방관서의 출동으로 현장활동을 마무리하게 된다. 합동소방훈련 외에 지도훈련이 있는데, 이는 자위소방대가 소방관서가 도착하기 전에 하는 훈련으로 참석하는 소방공무원은 자위소방대의 훈련이 적절한가를 확인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소방관서와 함께 하지 않는 소방훈련이지만 자위소방대가 하는 훈련도 합동소방훈련과 동일한 것으로, 비상상황을 가정하여 반복하여 숙달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소방관서가 아무리 빨리 출동하여 현장 활동을 하여도, 화재의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3~5분 내에 처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 시간의 공백을 소방대상물에 근무하고 있는 자위소방대가 스스로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소방훈련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운전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은 무면허 운전자가 자동차로 복잡한 도심을 달리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화재가 발생하여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곳에서 피난할 수 있을까?

필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소방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인은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지만 어린 아이들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번은 어느 초등학교에 소방지도훈련을 나갔다. 소방훈련을 시작하자 수 백 명의 학생이 동시에 운동장으로 아주 빠르게 대피를 하였고, 선생님들은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진압훈련을 하였다. 궁금한 마음에 “혹시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더니 한 선생님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보여주기 식의 훈련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에게 제대로 된 소방훈련을 알리고, 재훈련을 했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다시 교실에 들어가고, 대피하는 과정을 건물 내부에서부터 직접 확인한 결과 미리 준비를 하고 있던 처음보다 무려 3~4배 이상의 시간인 10분을 훨씬 넘겨서야 모두 대피할 수 있었다. 실제 훈련을 통해 어린 학생들의 대피가 왜 늦었는지를 선생님들이 인지하고, 이후에 있을 소방훈련에서는 실제적인 훈련이 되도록 당부하였다.

소방훈련의 목적은 소방공무원은 맡은 바 임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며, 시민은 스스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다. 대피훈련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데, 의례적인 행사라거나 귀찮은 일이라고만 생각해 소방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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