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였고,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주민이 직접 선출한 지방자치시대는 1995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여전히 절름발이 지방자치로 평가받는다. 이유는 예산의 중앙정보 종속성(순천시의 재정자립률 20% 미만)이 지나치게 높고, 정부나 지자체 업무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인 조례 또한 상위 법령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제정할 수 있다. 그나마 지방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해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중앙정부에 비해 지자체의 권한이 너무 적고, 지자체 내에서는 지자체장에 비해 지방의회의 권한이 지나치게 적은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방 출신 국회의원도 지방자치의 이 같은 불균형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지난 2월 26일(금) 순천시의회가 ‘소상공인 지원 조례’를 제정 의결하였다. 정철균 의원의 대표 발의로 제정된 이 조례는 순천시에 있는 소상공인의 성장을 위해 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의 범위 내에서 소상공인 지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이번에 제정한 조례는 소상공인 지원 자금의 지원 범위나 지원 규모, 그리고 지원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실제 지역 소상공인에게 효과적으로 지원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순천시의회에서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했더라도 순천시가 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순천시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했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는 조례가 적지 않다. 순천시 주민참여 기본조례나 순천시 갈등조정 조례 등 조례로 제정했으나 시행되지 않고 있는 조례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제정한 조례를 시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만큼 조례를 제정할 때는 예산 확보 대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에 제정한 ‘소상공인 지원 조례’ 또한 조례 시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 대책이 별도로 없다.

단적으로 순천시장이 조례를 제․개정 발의 할 때 예산이 필요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연차별 소요예산을 검토하는 비용추계를 함께 해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의원 발의로 조례를 제정할 때는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순천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법 제66조의 3과 2012년에 제정한 ‘순천시 의안의 비용추계에 관한 조례’에도 의원 발의 조례에 대해서는 비용추계를 해야 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지자체 중에서는 서울특별시만 2015년에 조례를 개정해 의원 발의로 조례를 제․개정할 때도 비용 추계를 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2016년 3월 순천시에서는 조례는 제정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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