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논설위원
며칠 전에 창원에 있는 스케이트 장에 아이들이랑 놀러 갔습니다. 사실, 아내와 저로서는 상당히 큰 지출이었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기름값에 스케이트 장 이용료에 점심 값까지 거의 10만원 정도를 썼습니다.

그런데, 일곱 살 된 아들놈이 스케이트를 30분 정도 타더니만 그만 타고 레고를 가지고 놀겠답니다. 누가 저에게 기린 모양의 작은 레고를 선물하길래 그냥 식탁 위에 두었는데, 시간이 오묘하게도 스케이트 타러 가는 날 아침에 아들이 그걸 발견한 겁니다. 저는 본전 생각이 났습니다.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10만원이라는 큰 돈을 썼으면 최대한 스케이트를 많이 타야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투자가 되는데, 스케이트는 고작 30분만 타고 스케이트장에서 레고를 하겠다니요. 게다가 레고는 스케이트 다 타고 나서 집에 가서 해도 되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본전 생각, 효율성 생각은 딱 30초만에 끝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톨스토이의 말을 생각해냈고, 아들의 현재 욕구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딸은 지 엄마랑 계속 스케이트를 타는 동안에, 저는 아들이랑 스케이트 장을 나왔습니다. 철퍼덕 자리에 앉은 다음 아들이랑 같이 레고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설명서를 보면서 레고를 만들기는 제가 하기에도 조금 어려웠습니다. 입체를 평면에 나타낸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이 쉬운 건 지가 하다가 어려운 건 저보고 만들어 달라고 하길래 도와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들이, “와, 우리 아빠 잘 만든다.”하고 칭찬을 합니다. 아들의 칭찬에 우쭐해 져서 저는 더 열심히 만들어줬습니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그냥 하기’에 충실한 덕분에 아이들이랑 평화로운 날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안 타고 레고를 하겠다고 하더라도, 그냥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두면 됩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어떤 순간이든, 자신이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때, 정말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아니, 나중에 어떻게 성장하든 말든, 그냥 그 순간 저와 아이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