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형 변호사
어렸을 때 집안 어른들을 따라서 시향(時享)에 참석한 기억이 있다. 많은 음식을 정성껏 차려 석작에 담아 머리에 이거나 손에 들고 다녔던 기억이 선하다. 어린 마음에 조상들을 섬긴다는 마음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마음에 열심히 따라다녔다. 수루미와 녹두묵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아련하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수업시간과 겹치는 등의 사정으로 시향(時享)에 참석하지 못했다. 우리 마을에 일가가 몇 집에 불과하고, 소유하고 있는 재산도 없어서 종중이라고 부를 상황도 아니었다. 당연히 종중재산과 관련된 분쟁을 접할 수 없었다.

그런데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종중재산과 관련하여 상담을 받게 되고, 직접 사건을 수임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종원들끼리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고, 또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언론 등을 통하여 종중 대표의 횡령사건이나 종중과 종원 간의 부동산과 관련한 사건을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2005년에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만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하고,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법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하면서 성년 여성에게도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획기적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종중 소유의 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종중과 종원 간의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종중이 존재하고, 종중 소유의 재산이 있는 한 종중 재산과 관련된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중 재산의 관리 소홀과 종중 재산을 종원 명의로 등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종중은 농지자격 취득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법적 한계 때문에 종종 소유의 농지를 어쩔 수없이 종원 명의로 등기할 수밖에 없다. 성년 여자에게도 종원의 자격이 부여됨으로써 종원의 구성원이 많아지고, 이로 인하여 종중 총회 개최 등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을 소지도 많아졌다. 종원들은 종중보다는 개인적인 이익을 앞세우는 경향이 강해져서 분쟁의 소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종중 재산과 관련된 분쟁을 줄이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종원들이 종중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여 종중 재산을 확인하고, 종중의 회장 등 집행부가 종중 재산을 자기 재산처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종중 소유의 농지를 종중 명의로 등기를 할 수 있게 제도를 바꾼다면 종중 재산과 관련된 분쟁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동산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예외를 인정하여 종중 재산을 종원에게 명의신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명의신탁과 관련된 분쟁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법 제도에서는 임야와 같이 종중 명의로 등기를 할 수 있는 재산은 종원 명의로 하지 말고 종중 명의로 등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종중 명의로 등기를 할 수 없는 농지의 경우에는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중 재산과 관련된 분쟁은 법률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비슷한 내용이라도 결론을 달리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종중의 회장 등 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종중의 회칙, 재산 목록, 회의록 등 관련 서류를 갖추고, 종중 총회를 회칙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개최한다면 많은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중 사건은 일반사건보다 더 많은 상처를 주는 만큼 종중 재산과 관련된 분쟁이 없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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