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규
전라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12월 평균기온이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이상고온 상태였고, 소한을 넘긴 1월 중순에도 겨울답지 않은 따스한 날씨는 정말 추위를 꾸어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우리 집의 매화가 피고, 골목의 개나리가 노랗게 피었다. 여러 사람이 이상 고온으로 피는 꽃 소식을 전했다. 추위가 가시지 전에 핀 매화가 매실을 맺을 수 없게 되듯 농사에 큰 피해가 예상되었다.

그런데 1월 하순 들어 대한을 넘기고 눈보라와 강추위가 몰아쳤다. 어쩌면 겨울다운 날씨라서 반갑기조차 하다. 다른 나라도 기록적인 한파에 시달리는데, 이 추위조차

‘온난화의 역설’이라고 하니 걱정이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가 우리의 생활을 무섭게 엄습하고 있다. 온갖 날씨의 이변은 지난 150년 동안 지구 온도가 0.85도 더워진 결과다. 과학자들은 기후의 회복 불가능한 이탈을 막으려면 온도 상승을 1.5도까지만 허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지구 평균온도는 기상 측정이 시작된 188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와 엘니뇨가 겹친 탓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고, 지난 12월 12일 합의문 ‘파리협정’을 채택하였다.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상승 폭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추는 것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의 목표로 설정하고, 섭씨 1.5도까지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새로운 기후체제의 앞날은 낙관만 할 수 없다. 각 나라에서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를 취합한 결과, 2도 상승 제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크게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최소 2.7도 상승은 면할 수 없고, 3도 이상 상승이 불가피할 거라고 한다. 에너지 혁명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될 위기의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동안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세계 10위다. IMF 기간을 제외하고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감축 목표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지만, 현재 공급 비중은 4%에 불과하고 증가율은 0.5% 정도로 더디기만 하다. 유럽연합(EU)은 100%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공언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득하기만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다.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9%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2023년까지 8~20기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증축하겠다고 한다. 이중적인 행태이다. 우리는 세계 4위의 석탄 소비국으로, 국내 온실가스의 80%가 화력발전에 쓰이는 석탄에 의해 발생한다. 과감하게 석탄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천연가스 연료로 대체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규모를 늘려야 한다.

전라남도는 나주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전력과 협력하여 에너지 밸리를 조성하며 에너지산업의 전환에 대처하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 온 태양광, 풍력 발전을 비롯하여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때다.

기후변화에 직면한 시민의 일상생활도 달라져야 한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걷고, 조금 덜 따뜻하고, 조금 덜 시원하게’ 같은 생활 다이어트에 동참하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는 내복을 입고 탄소발생량이 적은 제품을 사용하며, 고연비 중·소형차와 LED 조명 시설을 사용하는지 살펴야 한다. 추울 때는 춥고, 더울 때는 더운 대로, 철 따라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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