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호의 ‘식민지 유산 ’의 한국현대사<15>

 

▲ 강성호 순천YMCA 간사

필자는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면서『임종국 평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일회담 반대운동의 영향으로『친일문학론』을 썼던 그는 폭로와 고발을 통해 역사의 민낯을 드러낸 재야 사학자였다. 그가『친일문학론』을 쓸 수 있었던 건 최초의『이상 전집』을 편찬하기 위해 식민지 시기의 자료를 열람하고 정리한 내공 덕택이었다. 제도권의 정식 코스를 밟지 않았지만, 친일 연구에서 임종국 선생님의 발자취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과거의 거울이다. 역사 공부는 현재의 정치·사회·문화적 현상을 탐구하는데 목적을 가졌다. 현재는 과거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크로체라는 역사학자가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역사 공부에서 현재성은 아주 중요한 질문이자 답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거울을 현재에 비추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함이다.

따라서 친일파 연구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임종국의 삶을 한번 찬찬히 살펴보는 것은 역사의 현재성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평전 읽기는 역사 공부에 좋은 길잡이가 된다. 한 인물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역사의 시공간 안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 문학도의 꿈을 꿨는데, 1965년 한일회담을 지켜본 뒤 친일파 연구로 들어섰다. 1966년에 출간된『친일문학론』은 친일파 연구의 금자탑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를 계기로 임종국은 한평생 ‘친일파’라는 주제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였다. 반민특위의 와해(1949) 이후 사회적으로 억압된 친일 문제를 폭로하였다.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친일 행위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의 연구는 훗날 민족문제연구소의 발족으로 이어졌고 2009년『친일인명사전』의 발간을 가능케 했다.

『임종국 평전』은 남한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친일 문제를 처음으로 파헤친 임종국의 생애를 아주 탄탄하게 재구성하였다. 좋은 평전은 다루는 인물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이 탄탄한 스토리텔링에 잘 녹아들고, 대상에 대한 균형 잡힌 관점이 문장 곳곳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 생각한다. 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미화와 찬양으로 일관한 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임종국 평전』은 좋은 평전이 갖춰야 할 요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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