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장
지난달 순천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행감)가 끝난 후, 시의원들의 무성의와 무능력이 여러 시민 사이에서 거론되었다. 날밤을 새우면서 행감을 준비한 시의원도 있었지만, 예전 행감과 비교해볼 때 열정과 자질이 의심되는 시의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얘기가 많았다. 언론에 취재를 많이 요청했던 예년과 달리 보도자료 한 건 없었던 행감이었다. 예전에 행감을 준비하는 동안 시의원들은 시민의 제보를 확인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현장에 가서 검증하고, 합숙을 하는 등 분주했지만, 이번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준비는 많이 했지만, 시간 관계상 생략한다”는 발언이 행감 현장에서 유독 많이 들렸다. 결국 ‘의정활동의 꽃’이라는 행감이 떨어져 박살 난 홍시감이 되었다.

행정사무감사의 무성의와 무능력

어떤 이는 시의회보다 시청의 감사자료의 부실을 먼저 되짚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의회 한두 곳이 아니라 도시건설, 행정자치, 문화경제 등 많은 상임위원회에서 부실한 자료 제출이 문제 되었다. 더구나 한두 번이 아니고 계속된 자료 부실은 시청 집행부가 시의회를 보는 사고의 밑바탕에 ‘행정의 파트너’가 아닌 ‘시정의 방해꾼’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하게 했다. 통계 자료의 수치마저 잘못 기재하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보고를 받았던 시의원들은 황당함을 넘어서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만하다.

하지만 시청의 자료 부실이나 의원 무시가 시의회의 존재 의미를 두텁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시의원들은 제출한 자료를 검토는커녕 읽어보지도 않고, 동의한다는 손만 드는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소속된 상임위에서 전문적 식견을 발휘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대충 시간 떼우기식으로 행감을 어물쩍 넘긴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행정의 도우미로 전락한 시의회

이러한 재고와 함께 시의원의 정치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순천지역의 정치는 현재 거의 없다. 시의원이 지역 정치를 살려내야 한다. 시정 기조와 따로 노는 예산 편성의 문제, 지역 상권을 죽이는 거대 쇼핑몰의 건립, 도심 공동화를 부추기는 아파트의 건축 등을 총체적 시각으로 평가하고 시민의 의견을 모아내야 한다. 한 예로 신대지구의 문제를 절박하게 느낀다면 의회에서 질의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게 아니라, 정치적 행위를 통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난 후에 통곡할 것인가? 또한, ‘행정의 도우미’로 시의회가 있는 것은 정말 아니다. 그런데 거의 원안대로 올해 예산안이 통과된 것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시의원이 단련되어 중앙으로 나아가야

다시 국회의원 선거철이다. 지역 정치의 단련 과정을 거쳐 중앙정치로 나아가는 모범을 만들자. 지금 거론되는 그 누구도 이렇게 검증되지 않았다. 선거 때에만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또 정치가 선거를 위해 있는 것도 아니다. 평소 걸어 다니지 않는 자가 어찌 인도의 불편함을 깊이 알겠는가? 버스를 타지 않는 자가 어찌 대중교통의 문제를 체감하겠는가? 지역 정치를 조직해보지 않은 자가 어찌 지역민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다고 장담할 것인가?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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