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은 남도의 명산으로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는 불교문화의 중심이며, 순천사람의 주요한 삶의 터전이다. 
순천시 송광면 출신인 김배선 씨는 약 15년 동안 조계산과 그 주변 마을을 누비면서 주민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현장을 답사한 자료를 토대로, 올 6월 ‘조계산에서 만나는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이 책 주요 내용 중 일부를 김배선 씨의 동의를 받아 순천광장신문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연재한다. 편집국



천자암(天子庵) 

▲ 천자암 본당

천자암은 송광사의 제9세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창건하였다. 천연기념물 제88호인 쌍향수가 천자암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뽑히기도 했던 쌍향수는 본당 오른쪽 뒤편의 처마에 가지를 드리울 듯 언덕에서 굽어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수령이 800년으로 추정된다. 두 아름이 넘는 몸통은 용트림하듯 감아올리고, 가지는 땅을 향하여 신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곱향나무이다.

▲ 천자암 쌍향수

천자암 창건과 쌍향수에 관하여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중국 금나라의 황후(坤殿)가 몹쓸 병(疾厄)에 걸려 전국에서 용하다는 의원을 모두 동원하였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보조국사께서 멀리서 이를 꿰뚫어보고 신통력으로 날아가 금나라에 도달하여 도력(藥施와 法施 雙全)으로 병을 낫게 하니 온 나라가 감탄하여 국사께서 돌아오실 때 황제(후금국 장종)가 셋째 아들(훗날 송광사 제9대 담당국사)을 제자로 딸려 보내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 들러 짚고 있던 지팡이를 나란히 꽃아 두었더니 거꾸로 꽂아둔 지팡이가 자라서 지금의 쌍향수가 되어 나무 가지가 아래로 향하고 있으며 이곳에 훗날 담당국사가 암자를 세워 암자의 이름을 황제의 아들을 뜻하는 천자암이라 하였다.”

천자암은 송광사의 제9세 담당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고, 국사를 상징하는 암자이다. 다만 국사의 비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영정만 남아 있다.(『송광사지』137쪽 담당국사 편) 그러므로 창건시기 역시 국사의 활약시기인 1300년 전후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천자암의 건물 구성은 팔작지붕의 정면 칸, 측면 칸의 본당과 정문에 해당하는 아래층은 통로, 위층은 창고 형태의 중층 만세루, 오른쪽 언덕 위로 나한전과 산신각이 사선으로 서있다. 만세루 앞(밖) 벼랑 위에 종각이 있으며, 본당의 좌우에는 요사채 등 좁은 공간에 건물이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았다. 본당 오른쪽 마당의 안쪽 사각석정(돌우물)에서는 사시사철 맑은 물이 쉬지 않고 떨어진다. 우물 뒤 약 2m 높이의 담 벽 위에는 천자암의 상징 쌍향수가 본당 오른쪽 지붕의 끝자락을 굽어보고 있는 남쪽으로 시야가 확 트인 깎아지른 벼랑 위에 더없이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범위는 좁지만 송광사에 딸린 암자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의 암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 천자암 나한전
▲ 천자암 산신각
▲ 천자암 석정
▲ 천자암 법왕루


사지에 등장하는 천자암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창건으로부터 약 300년 동안의 기록이 없지만 1604(선조 37년)년에 임진왜란 기간에 폐허가 된 천자암을 중건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을 1633(인조 11년)년 7월 중건(도화주: 영묵)하였고, 1740(영조 16년)년 만세루가 중건(화주: 지수)되었다. 1785(정조 9년)년에 범종이 제작(화주: 덕운)되었고, 1797년에 제운과 두월 두 대사에 의해 천자암이 중창되었다. 1816(순조 16년)년 11월 두월대사가 천자암에 주석하다가 입적을 한다.

이후 1893(고종 30년)년 성산각을 중수(화주: 구연)하였고, 이듬해에 석정이 제작되며, 1939년 주지 금당에 의해 칠성각이 중건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송광사지』부록 제영(題詠) 편에는 천자암 찬시 4편(신석희 김윤식 이범진)이 실려 있다.

천자암이 자리한 곳은 송광사 터의 청룡줄기 어깨에 해당하는 봉우리인 효령봉(연산봉)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려 송광굴맥(굴목재)을 지나며 솟아오른 742m 봉우리(742고지, 천자암 몬당)에서 남서쪽으로 내려온 줄기와 계곡이 멈추며 함께 벼랑을 이루고 있는 비탈의 잔등 끝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송광사의 산세 밖에 있는 두 암자(우측은 북암) 중의 하나로서 큰절로부터 가장 먼 거리에 있다.

천자암에 가려면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넘어가는 등산로를 따라 절을 벗어나는 지점인 채마밭 입구(농막) 삼거리에서 오른쪽 채마밭 길로 올라가 약 1km 지점인 운구재에서 왼(동)쪽 능선으로 올라 봉대미골 몬당 뒤편 남쪽 비탈길로 돌아가면 된다. 송광사로 부터 약 3.4km 정도 떨어져 있다.

산세의 외곽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큰절로부터는 거리가 멀지만 행정구역에 속한 송광면 이읍마을(면소재지)에서는 약 1.8km 거리이다. 천자암의 약 100m 아래까지 차도가 연결되어 있고, 주차장도 만들어졌다

천자암 터는 범이 엎드려 먹이(이읍교 남쪽 길가의 산등성을 개에 비유)를 노리고 있는 형상이다. 종각이 서 있는 곳이 범이 두 다리를 모아 뻗고 있는 끝단에 해당한다고 하여 건물을 세울 때 떨어내지 못하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입을 통해 전해오고 있었다. 천자암은 가을이면 커다란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이 특별히 아름다운 암자이고, 쌍향수로 잘 알려져 있는 암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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