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거차마을에서 무풍리까지 걸었습니다.
새벽길의 만남은 언제나 포근했습니다.
아직 동은 트지 않고 사방은 검은색만 보입니다.
해안 둑길 저쪽에서 걸어오는 사람 같은 물체가 보입니다.
같은 검은 색이지만 농도가 다르니 보입니다.
겁이 납니다.
무엇을 들지는 않았는지
달리는지 걷는지 비틀거리는지 모르니 무섭습니다.
강아지가 뒤따라 옵니다.
모자를 쓰고 입을 가린 아저씨입니다.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칩니다.
이 아저씨를 무풍리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뵈었습니다.
삼각대를 든 모습을 보고 저쪽이 일출을 찍기에 좋다고
자세히 가르쳐줍니다.
매일 새벽 그 길을 걸으니 잘 아는데
거차나 화포보다 더 좋답니다.
두 번 만에 벌써 마음을 건네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포근한 새벽이었습니다.

글, 사진: 이정우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소모임으로
매주 토요일 순천만을 중심으로 바다와 산을 따라 새벽을 걸어
하늘을 닮고픈 사람들입니다.

2016. 1. 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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