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창의 가족평화 프로젝트-17

▲ 장용창
제가 가족 평화 프로젝트라는 걸 시작하면서, 가족 내에서 있었던 갈등들을 대화로 해결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기록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쑥스러운 자랑이지만, 요즘은 가족들 사이에 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도 서로 다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쓸 얘기가 많이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광장신문 독자님들께 고백하자면, 저희 부부가 지난달부터 과외 교습을 시작했습니다. 교육청에 신고를 다 하고요. 전에 했던 환경 연구 사업을 지금도 하고 있긴 하지만, 훨씬 줄이고, 과외를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과외가 가족 평화의 비결이라고 하면 잘 안 믿어지시겠지요?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다. 왜냐구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과외 교습은 저희 집에서 합니다. 중고등 학생들이 저희 집으로 찾아옵니다. 그러니까 과외라는 노동을 하는 중에도 저희는 집에 있고, 저희 아이들과도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아빠랑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거의 항상 엄마 또는 아빠가 돌봐주기 때문에, 이젠 아이들이 싸우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엄마 또는 아빠가 집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만나는 사람도 훨씬 늘어났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이웃 사람들, 아이들의 친구들도 저희 집에 자주 놀러 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간 관계를 맺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도 편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한테 가끔씩 상담처럼 전화를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이 고민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남편이나 아내, 혹은 자녀들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이 친구들은 상대방의 특정 행동이나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한편으론 공감하는 말을 해주면서도, 혹시 과도한 노동으로 생긴 피로 때문에 그런 건 아닌지 물어봅니다. 그러면, 열이면 열 그렇다고 답합니다.

대한민국은 OECD 평균에 비해 심지어 잠도 하루에 한 시간 덜 자고 노동시간은 전세계 최고로 긴 나라입니다. 후진국 아이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걱정하지만, 대한민국은 유치원생 아이들조차 “학습”이라는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지옥같은 나라입니다. 그러니, 육체적, 심리적 피로가 쌓여 있는 사람들은 서로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미워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가족 평화의 방법은 먼저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설령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야만 가족의 평화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물론 노동시간을 줄이면 소득도 줄어듭니다. 제가 과외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연구원으로 일할 때보다도 돈을 적게 법니다. 그래도 저희 부부는 이렇게 적게 벌고, 많이 놀고, 가족이랑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선택을 함께 해준 아내가 고맙습니다.

이 코너를 유지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좀 더 넓은 의미의 가족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 관계에서 있었던 대화들을 쓰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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