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 아빠의 토끼 같은 새끼다.  
경주에서 이기려고 기를 쓰고 달렸다. 
앞 선 자의 자랑스러움과 승리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감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렸다.
깡총깡총, 깡깡총


언덕에 올라서니 지쳤다.
저 밑의 거북이는 까마득히 떨어져 있어서 점처럼 보인다.  
여기 잠깐 쉬었다 가자. 나무 그늘이 시원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거북이가 사라졌다.
언덕 반대 편 쪽으로 가고 있는 한 점이 보인다.


아이고, 힘들어! 어쩌면 이렇게 먹고 살기가 힘들까?
살기 위하여 종일 대나무 잎사귀를 씹어 대고 소화시키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저 언덕을 넘어가야 하는데, 먹고 사느라 대나무 숲을 벗어날 수가 없다.
죽을 것만 같다. 이거 보이지? 다크 써클
하지만 죽는 것이 두려워 웬수같은 대나무 잎사귀를 하루 종일 씹고 있어야 한다.
질겅질겅, 꿀떡꿀떡  


그래도, 세월은 간다.
귀여운 팬더 곰이 성장하여 새끼를 뱄다.
죽을 것 같은 산고를 치루고 새끼를 낳았다.


나는 이제 거북이다.
너를 이기기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이기기 위해서도 아니다.
비가 구름이 되고, 구름이 다시 비가 되듯이
그냥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 갔다, 한 발자국씩 점을 찍는다.
천천히, 엉금 엉금 


 

 






 최서윤
『소설과 사상』으로 등단
  창작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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