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박형배
광양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붉은 원숭이의 해, 2016년이 밝았다. 각자 소망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으나, 나와 이웃들의 소망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2 
지난해 7월 15일, 전라남도에서는 처음으로 광양에 ‘광양 금속가공 소공인 특화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제조업에 종사하는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 철강경기가 위축되면서 광양제철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광양지역 소공인은 3중고를 겪고 있다.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평생 해 왔던 사업을 자식에게 물려줄 용기도, 마음도 없다는 어느 업체 대표의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소공인 지원센터’에 새해 첫 손님이 오셨다. 10년이 넘게 사업을 해 왔는데, 주문이 30% 이상 줄어들어 새로운 사업이 없으면 직원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2016년 한 해가 얼마나 힘들 것인지 예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3 
이러한 때, 우연히 ‘압축의 시간’이라는 책을 만났다. 서울공대 석학 26명이 한국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이라는 형식으로 내놓은 ‘축적의 시간’은 우리 한국사회가 걸어온 길과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는 뜻이 담겼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비단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50년 간 유일한 성공사례라고 평가받는다. 2014년 현재 GDP규모 세계 14위, 무역규모 수출 7위, 수입 9위의 교역국이다. 1960년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은 22배 성장했다. 중동이나 다른 개발도상국처럼 부존자원이 많은 것도 아닌 나라에서 이토록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는 사실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50년의 압축성장 과정에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숙성된 경험을 축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빠른 벤치마킹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인정받는 풍토였다. 1980년대 말, 일본의 경제평론가는 이런 우리 경제를 ‘가마우지경제’라 표현했다. 당시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불가피했다 할 수도 있는 모방 추격형 산업발전 모델의 한계에 봉착하고, 그 결과 압축성장의 영광이 쇠락하고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1980~90년대 이후 기업 영업이익률의 하락, 잠재성장률의 하락,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투자율 저하 추세가 그렇다.

물론, 이 같은 문제는 산업선진국도 겪는 공통의 문제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이미 진단을 끝내고 대응전략을 마련하여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들의 전통적 강점인 혁신역량을 바탕으로 부족한 제조역량을 강화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독일은 그 정반대로 강점인 제조역량에 혁신, 특히 취약한 정보통신분야의 최신 혁신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나가고 있다. 일본은 고부가가치의 부품소재 공급기지로서의 역량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전부터 일본 제조역량의 약화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모노즈쿠리’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된 전략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물론 선진산업국이 강조하는 제조업은 단순 가공산업이 아니라 최첨단 혁신적 지식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제조업이다.

그리고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시행착오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산업 차원의 축적 노력으로는 선진국과 중국의 축적된 경험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산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틀을 바꾸어 국가적으로 축적해가는 체제를 갖추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경영, 대학교육, 정부정책, 사회인식 모두를 바꿔서 대한민국 사회 전반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각 산업분야에서 중국의 추격과 혁신이 워낙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시급성을 강조한다.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경제가 요동을 치며 경제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20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선거와 권력 다툼에만 집중해서는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