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호
순천전자고
한국사 교사
교수신문에서 희망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해 왔다. 그런데 2016년부터는 교수신문이 발표하는 사자성어를 볼 수 없을 전망이라고 한다. 교수신문이 올해부터 한자 형식의 사자성어를 탈피하고 우리 말, 우리 글로 된 고전, 속담 또는 관용어 중에서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말이나 글 중에도 정말 아름답고 뜻이 깊은 교훈이 많은 데 굳이 사자성어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내부성찰에 따른 것이라 한다. 이에 따라 교수신문은 올해 희망 문구 및 메시지로 ‘곶 됴코 여름 하나니’를 선정했다. 용비어천가 중 제 2장 후반부의 한 구절로 ‘꽃이 정말 만발하고 열매가 풍성하다’는 우리말이다.

올해 필자는 가장 소망하기로 우리 역사 속에서 불행했던 병신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더 자주적인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무슨 말이냐 하면 1896년 병신년에 아관파천으로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겨가 신변을 의탁하였던 과거를 곱씹으며 더 이상 외세에 기웃거리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이다. 이런 일을 두고 백성들은 이런 민요를 불렀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되면 못가리
병신되면 못가리.

갑오년처럼 동학농민운동으로 우리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랐으나, 명성황후가 시해되어 을미년 도적을 만났고, 병신년에 병신되는 아관파천 같은 사건이 났다고 풍자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한․미․일 동맹체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우리와 일본의 화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미국의 영향력 하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사도 듣지 않고 위안부협상을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았는가? 또 남북관계는 경색될 대로 경색되어 남북고위급 회담이 결렬되고 며칠 후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다.

언제까지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체제만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민족자주의 자세를 헌신짝처럼 버릴 것인가 묻고 싶다. 한미군사훈련으로 압박할수록 북한은 계속 핵실험과 미사일 등으로 응수할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군사훈련과 핵, 미사일로 살벌하고 소비적인 대결의 장을 만들 것이 아니라 평화롭고 생산적인 화해와 협력을 우리 정부가 앞장서 조성해나가야 한다.

또 선거철이 다가오는데 내 편, 네 편 나누기 좋은 종북몰이나 안보장사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구상이나 하지 않기를 바란다. 전시작전통제권도 가져오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안보를 주장할 자격이나 있다는 말인가?

정말 꾀가 많은 원숭이처럼 민족의 지략을 동원해 한반도에 평화의 꽃이 만발하고, 남북협력의 열매가 풍성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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