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든지 내 자리, 내 밥을 빼앗기는 일은 싫다. 그럴 위기에 처하게끔 하는 이는 나의 정적이다. 그를 깎아 내리고 그것이 왜 내가 속한 공동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웅변한다. 나의 이익 이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큰 그림을 볼 수가 없어진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7일, 전 세계적으로 유료 회원만 해도 5천만 명이 넘는 미국의 거대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가 본격적인 한국 서비스의 신호탄을 울렸다. 앞으로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점쳐보는 기사가 넘쳐났다. 대부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며 부정적이거나 모호한 전망을 내놓았다. 공통적으로 기존 IPTV나 케이블에 비해 비싼 요금과 한국형 맞춤 콘텐츠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제 막 한국에 발걸음을 내딛는 넷플릭스에 대해 기대가 커서일까 혹은 ‘넷플릭스는 비싸고 볼 것 없으니 우리나라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 낫습니다!’라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함일까. 왠지 후자에 기울어 생각하게 된다. 기존 우리나라의 IPTV와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비용을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앞뒤로 붙는 광고는  다시 소비자를 ‘을’로 만들며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요소로 사용됐다. 또 국내 콘텐츠 위주의 제한된 서비스는 전 세계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일정 요금만 내면 앞 뒤 붙는 광고도 없이 국내는 물론 해외콘텐츠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장점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의 견제와 시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조만간 콘텐츠 수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질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 입장에선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더 생긴 노릇이니 얼마나 좋은 것인가. 나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걱정하게 만드는 요소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다.

 한설이 학생기자(서울여대)
 (미디어비평_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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