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 악용, 상습 임금체불 ‘말썽’
사업주, 지역사회 압박에 12일 지급각서


▲ 낙안면에 있는 온수매트 공장에서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노동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해당 사업주는 1월 12일에야 뒤늦게 미지급 임금 지급각서를 작성했다. 사진제공. 강병택

헬조선이 따로 없다. 헬조선은 지옥(Hell)과 조선(朝鮮)을 합성한 신조어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뜻한다. 취업과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게 하는 청년세대의 불안정한 상황을 표현하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외국인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현장이 있다.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한 온수매트공장. 이곳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150명에 달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온수매트를 만들어 왔다. 이 업체는 온수매트와 온수카페트 등을 생산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거나 다른 대기업에 납품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인노동자들인데, 국적은 인도와 파키스탄, 러시아 등으로 다양했다. 기본급에 시간외 근무수당까지 합쳐 월 평균 180만 원의 급여를 받던 이들은 처음 두 달은 급여를 제 때 받았지만, 이후 세달 동안의 급여는 아직도 받지 못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된 1월 12일 현재 15명이 남아 받지 못한 급여가 지급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받아야 할 체불임금만 1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외국인노동자들은 급여도 지급되지 않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곳으로 떠났다.

공장과 기숙사가 함께 있던 이곳에 아직까지 공장에 남아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은 회사 측에서 나가라며 먹을 것을 다 치우는 바람에 식사도 제때 하지 못하고, 난방도 전기장판에 의존하며 버티고 있다.

노동당 강병택 전 전라남도당 위원장은 “8월부터 5개월 동안 공장을 반짝 가동하는데, 납품이 마무리될 때 쯤 쫓아내는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외국인노동자들 중 불법체류자가 많은 것을 악용해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알려 단속하게 하여, 도피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도망가지 않으면 경찰에 알리거나 폭력배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강 전 위원장은 “더 기가막힌 것은 임금 체불로 말썽을 빚고 있는 이 업체가 지난해 이맘때에도 태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떼먹고 쫓아냈던 업체”라는 것이다.

이들을 상담하며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병택 전 위원장은 “며칠 전에 연락이 닿아 당장 급한 쌀과 부식거리를 지원해 줬다”고 한다.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광주에 있는 노무사와 상담해 가며 사업주나 원청업체를 압박하거나 노동부에 진정을 해서 체불임금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노동자들이 대부분 불법체류자라 노동부에 신고도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비자를 받은 사람도 많다는 설명이다. 언론보도와 지역사회의 압박에 사업주는 1월 12일에야 밀린 임금 지급각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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