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창의 가족평화 프로젝트-16

▲ 장용창
열흘 전쯤에 저는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선생님께 아무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난달에 선생님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 나간다고 하시니까 그때부터 기대를 시작했어요. 저는 적어도 제가 지지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한다면, 그 사람은 자기의 행동과 결정에 책임을 지기를 바라거든요. 그런데, 지금 선생님은 본인이 결정해 놓고도 본인이 결정한 게 아니라고 자꾸 변명만 대고 있어요. 이런 사람은 국민의 대표가 되어서는 안되는 거예요. 저는 책임을 지고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정치인을 보고 싶거든요. 솔직히 선생님이 너무 너무 실망스러워요.”

비폭력대화 교과서에선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을 비폭력적이라고 하고, “실망하다”도 느낌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말에서 “실망하다”는 느낌이라기보다 상대방에 대한 폭력적인 평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망이라는 느낌은 기대라는 생각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혹시 전에 누가 여러분에게 “실망했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나요? 그런 말 들으면 엄청 슬프죠.

이렇게 ‘실망했다’라는 말이 ‘비폭력적인 느낌’이 아니라 ‘폭력적인 평가’라는 걸 알면서도 저는 이렇게 또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전에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실망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저의 표정과 말투를 통해서 실망을 드러냈습니다. 우리 딸 선유가 여섯 살 때 한글을 가르치다가 “아니, 아빠가 이거 열 번이나 말해 줬는데, 어떻게 계속 틀릴 수 있어?”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이 말에 “실망”이란 말은 안 들어 있지만, 제 마음 속엔 “내가 열 번 얘기해주면, 우리 딸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기대가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딸은 울었고, 저는 엄청 후회했습니다.

그 일을 겪은 후 저는 저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거의 기대를 안 하고 친절하게 대했지만,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권력을 더 가진 사람에겐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아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자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 그 사람에게 엄청 기대를 했고, 그 기대는 곧바로 실망감으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실망감을 표현했을 때, 그 말들은 폭력적인 칼이 되어 그 사람의 가슴을 파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랍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나이가 많건 적건, 권력이 있건 없건,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제가 그 동안 저보다 나이가 많거나 권력이 많은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면서, 마음으로든 말로 하든, 실망을 했던 행동들을 반성합니다. 앞으로는 누가 되었든 기대를 안 하겠다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다짐이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 반복적으로 다짐을 하다보면 변화가 있겠지요. 여러분들은 누가 어떠하기를 기대하시나요? 

가족의 평화를 지키고 회복하는 데, 비폭력대화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 가족평화프로젝트를 마련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비폭력대화를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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