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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 지금 여기서 희망을 노래하자
이정우  |  damdam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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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호] 승인 2016.01.07  11: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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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우
순천언론협동조합
부이사장
2016년, 새해 첫날의 태양은 떠올랐지만, 새날이 밝은 것은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한국의 앞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나라의 미래라고 할 청년은 이제 꿈을 꾸지 않습니다. 2014년에 청년(20~34세) 중 2,243명이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매일매일 6명이 생을 달리합니다. 20~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나라가 한국입니다. 현실이 이런데 어떻게 미래를 말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의식주가 아무리 잘 갖추어졌다 하더라도 사람은 희망이 없으면 삶을 이어가지 못합니다. 희망이 없는 삶은 연명하는 것이지, 영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희망은 어디에 있나요?

경향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절반에 가까운 청년들(46.4%)이 ‘붕괴와 새로운 시작’을 원했습니다. 이들은 “과도한 경쟁, 비교,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행복과 여유, 정신적인 만족, 다양성의 존중, 공동체, 소통 등이 실현된 사회를 바랐습니다. 그렇습니다. 희망은 ‘헬조선’이라 불리는 현재의 한국을 붕괴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깨끗하고 완전한 붕괴에서부터 새로운 시작은 드디어 시작됩니다.

늦가을 수확물을 얻으려 하면, 이른 봄 땅을 갈아엎어야 합니다. 가만히 묵혀둔 땅에서는 앞날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하늘은 바뀌지만, 땅은 가만히 있으면 열매가 열리지 않습니다. 저는 찬란한 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찬바람 불어대는 이 겨울에 이미 목련 꽃봉오리는 맺혀있더군요. 그 꽃봉오리는 추위에 움츠려있지만, 겨울을 이겨내고 날이 풀리자마자 잎이 돋아나기 전에 꽃을 피울 것입니다.

추운 겨울을 찬 서리 맞으며 온몸으로 버텨낸 꽃봉오리처럼, 2015년을 묵묵히 살아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일들을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기억하고 싶습니다. 모든 희망은 사람에서 시작하여 사람으로 다가가, 결국 사람이 매듭짓기 때문입니다.

재작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이하여 지역에서는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는 촛불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전교조 순천 중등지회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끊이지 않는 참여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안전사회건설의 디딤돌로 승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양우권 EG테크 분회장이 회사 측의 지속적 탄압으로 자결하자, 양동운 지회장을 비롯하여 노조원들은 서울로 상경, 노숙농성까지 진행하여 결국 합의를 이루어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뒤로하고 동료의 죽음을 함께 아파한 조합원들과 그들과 연대한 광양과 순천지역 시민들은 추위를 이겨낸 꽃봉오리들입니다.

순천대 총장으로 2순위 후보가 임용되자, 순천대 교수 89%가 반대하고 비상대책위를 꾸려 임용 철회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많은 교수가 일인시위를 벌이고 보직 인선을 거부하며, 정부의 일방적 국립대 총장 임용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또 광양시 덕례리에 LF아울렛을 일방적으로 건설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서 순천 광양 상인회를 비롯하여 뜻있는 시민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마침내 행정소송에서 승리하여 공사를 중단시킨 것은 유통 대기업의 지역경제 침탈을 막아낸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1월부터 12월 총 3차에 걸친 민중총궐기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쌀시장 개방’ 등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 정책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출이었습니다. 집회 자체를 방해하거나 참가자의 구속, 물대포의 불법 사용 등 광범위한 탄압이 이어졌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의 열정으로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노동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이런 긴장상태의 결과입니다. 순천농민회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정부의 폭압적 정책 추진을 일정 부분 막아내고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정에서 이정현 국회의원의 막말 파동으로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의 주민소환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시민캠프를 통해 소환청구인을 모집하고 거리청문회를 개최하여 이 의원의 사과를 촉구하였으며, 이 의원의 핵심공약인 '예산 폭탄'이 허구였음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국민을 현혹하고 당선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딴말하는 ‘국민 우롱’ 정치인을 단죄하는 일은 정치 수준을 일보 전진시키는 중요한 일입니다.

민노총 등의 노동자들, 농민회의 농민들, 전교조의 교사들, 행의정연대 등 지역지도자들, 협동조합 등의 조직활동가들, 아름다운가게 등의 자원봉사자들, 그루터기 등의 문화일꾼들, 기적소리 등의 카페운영자들, 상담소 등 청소년 유관 조력자들, 송산초등, 중등, 사랑어린학교 등의 여러 학부형들, 그 외 쉽게 보이지 않으나 반드시 있어야 할 곳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시는 많은 분으로 인하여 새로운 희망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광장신문은 그곳에서 그때, 그분들을 담아내고 올곧게 알렸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들이 매번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기대한 만큼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다가설 것입니다. 그래서 내일이면 엄청나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더 나아질 것입니다.

왜 꿈을 꾸나요? 우리가 꿈꾸어야 하는 이유는 하늘이 저리 푸르고 소나무가 쉬이 시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는 또 다른 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꿈꾸는 세상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마음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 줄 소명이 있습니다. 우리 서로에게 우리의 꿈을 보여줍시다.

희망고문으로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오늘의 작은 기쁨을 모아 내일을 이루어냅시다. 평화와 행복은, 사생결단의 각오와 투신보다는 한 발 내딛는 작은 용기가 쌓이고, 내일이 아닌 오늘의 소박한 정성이 쌓여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용기와 정성을 모아내는 광장신문이 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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