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크리스마스 기념 새벽길
지난 추석 때의 숲길과 지금의 숲길이 같지 않다.
이파리를 모두 떨궈낸 숲은 우주의 빛을 옴싹 받아내고 있다.
당연한 이치를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눈에 보여 진 후에야
그렇구나 알아차리니 그래서 사람이다.

선암사 북암 운수암에 오른다.
새벽 2~3시면 거뜬히 기침한다는 그 곳은 속세와 다른 시공이다.
낯선 길손은 쉬 받아들여지고
자연 그대로 키우고 익혔다는 홍시 4개는 인정으로 내어진다.
그저 달다.

행여 찾을 길손을 위해 이른 새벽 찬거리를 준비해 둔 식당이 있다.
혹시나 마음자락을 놓아버렸으면 어쩌나 조바심 났는데
기우는 기우일 뿐이다.
같이 걷는 것은 두툼한 인연이다.


글: 김은경 / 사진: 이정우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소모임으로 매주 토요일 순천만을 중심으로 바다와 산을 따라 새벽을 걸어 하늘을 닮고픈 사람들입니다.

2015. 12. 2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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