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창의 가족평화 프로젝트-15

▲ 장용창 논설위원
매일 밤 저희 가족 넷은 같이 잠자리에 듭니다. 누워서 보통은 제가 옛날 이야기를 해줍니다. 가끔 보고서를 써야 하거나 할 때는 아이들을 그렇게 재워놓고 다시 나와서 일을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너무 바빠서 아이들에게 둘만 먼저 자라고 부탁해놓고 보고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는 방에서 갑자기 아들이 큰 소리로 울면서 나왔습니다. 딸도 따라 나왔습니다.

준영: 누나가 발로 내 머리를 찼어.
선유: 일부러 한 거 아니야. 창틀에 매달리는 운동을 하다가 발이 실수로 준영이 머리에 닿은 거야.
준영: 아니야. 내가 밑에 있는 줄 알면서 그랬어.
아빠: (선유에게) 솔직하게 말해줘. 일부러 했어, 안 했어?
선유: 조금은 일부러 했어.
아빠: (선유에게) 그럼, 미안하다고 해버려.
선유: (준영에게) 미안해.
아빠: 이제 됐으면, 들어가 잠 좀 자라.

이렇게 말하고 저는 다시 일을 하려고 앉았는데,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이 다툰다는 갈등이 있었고, 겉으로 보면 선유가 잘못했고,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로 갈등이 종결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갈등에는 더 깊은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잠이 들 때 엄마아빠가 같이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옆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했고, 그런 불편한 마음을 서로에게 드러내다 보니 다투게 된 것입니다. 갈등의 원인은 아이들 자신이라기보다, 잠잘 때 옆에 엄마아빠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어 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들 잠 자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평소처럼 아이들에게 옛날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낮에 무슨 동화책을 읽었는지, 아들이 옛날 얘기를 해주겠다면서 들려줍니다. 옛날 얘기가 끝날 때쯤 제 몸 양쪽에 달라붙어 있던 아이들이 잠에 들고 저는 잠시 후 밖으로 나와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말이 아니라, 그냥 ‘함께 있어주기’가 더 잘 통하기도 합니다. 


가족의 평화를 지키고 회복하는 데, 비폭력대화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 가족평화프로젝트를 마련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비폭력대화를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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