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연탄 색깔하고 얼굴색깔 하고 똑같네!” 지난주 내내 구설에 올랐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언사다. 아프리카계 유학생에게 ‘친근함’을 표현하려 했다지만 너무나 수준이 낮았다. 여지없는 인종차별적인 비하 발언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곧장 ‘즐거운 분위기 속에 함께 대화하며 봉사하는 상황이었지만 상대의 입장을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사실 김 대표만 비난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차별과 비하를 일삼는 상황을 수도 없이 마주한다. 다만 세세하게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김 대표처럼 즐거운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재밌는데 뭐 어때’ 혹은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잖아’라는 것으로 쉽게 무마되기 때문이다.

특히 예능은 재미를 위해 비하를 일삼는 대표적인 구역이다. 대부분 외적으로 비치는 모습에 대한 비하다. 탈모인 출연자에게 머리숱이 없다며 놀리는 것, 발음이 어수룩한 외국인 출연자를 따라 하는 것 등 너무나 많다. 물론 당사자가 그러한 이미지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의도한 것이라면 결이 다르다. 그러나 이 외의 사람들, 그중에서도 연출자일 경우엔 비난받아야 한다. 연출과 편집의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비하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토요일 SBS 예능 ‘주먹 쥐고 소림사’에선 물 위의 합판을 걷는 ‘수상경공’ 훈련에 도전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때 다소 체격이 있는 남자 출연자가 물 위를 걸으려 탈의하자 ‘안 본 눈 삽니다’라는 자막이 붙었다. 그가 실패하자 다음 장면은 줄곧 다소 체격이 있는 여자 출연자의 모습을 비췄다. ‘누나 이거 남 일 아니야’라는 자막과 함께. 이는 남자 출연자가 한 말이 아니다. 시청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있는 와중에 자연스레 비하에 노출된 것이다.

연출자의 탓만 하기엔 시청자인 우리가 너무나 무비판적인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웃는’ 것은 김 대표가 무심코 던진 말과 똑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능이 웃음과 즐거움을 위함이라 하지만 남들을 비하하면서 얻는 것에 마냥 즐거워해서는 안 된다. 김 대표의 사과처럼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한’ 사람이 되진 말자.

한설이 학생기자(서울여대)
 (미디어비평_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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