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두규
전라남도 청소년미래재단 원장
지난 11월 초, 전라남도 교육청이 광양시에 예술고등학교를 설립키로 결정하였다. 아마도 경쟁하던 여수시와 순천시의 조건보다 광양시의 지원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광양시는 중마동에 있는 커뮤니티센터(건립 당시 건축비 290억 원)와 주변 부지를 학교로 제공하고, 10년 동안 해마다 1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2018년 개교 예정인 예술고등학교는 음악, 미술 분야 특수목적고로 학년 당 3학급, 총 9개 학급에 180명 정원이다. 특수목적고의 경우 그 지역 아이들이 다니는 수가 적고, 다른 예술고 현황을 보면 신입생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술고를 유치해도 지역에 도움 될 것은 별로인 셈이다. 그런데도 유치 경쟁이 치열했고, 결과를 듣고 보니 문제점이 있다.

첫째, 학교 설립 주체인 전라남도교육청은 예술고의 설립 운영 방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도립미술관처럼 기본계획에 따른 예산 규모와 운영 방향을 제시한 뒤에 설립 희망 신청을 받았어야 맞다. 비용을 줄이려고 폐교를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면, 지역 교육지원청이 신청서를 내도록 하면서 시·군의 지원을 받는 것이 순리였을 것이다. 이런 실제적인 추진 원칙 없이 설립비용을 줄이려 하다 보니 교육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을 신청자로 불러들여 경쟁시켰다.

둘째, 학교를 무조건 유치하고 보자는 여수시, 순천시, 광양시의 태도는 비교육적이고 합리성이 부족했다. 여수와 순천에서 제안한 곳은 송전탑, 축사, 상업지역을 끼고 있어 학교로서 부적합했다고 한다. 광양시의 건물과 부지는 학교 재산이 되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렇게 모두 마땅하지 않았다면 재공고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교육적인 여건을 미루고 돈을 가장 많이 내는 곳으로 선정했다. 전남교육청의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태도에 3개 지자체가 앞장 서 춤을 춘 격 아니었을까.

셋째, 사립학교의 건물과 부지는 그 설립주체의 소유라야 하듯, 공립학교의 건물과 부지는 도교육청이 소유해야 한다. 그런데 예술고의 건물과 부지는 광양시에서 교육청에 무상으로 빌려주는 것이다. 건물과 부지를 무상임대로 사용하면서 공립학교라니, 상식적으로 맞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광양시와 교육청에서 학교법인을 설립하여 특수한 사립학교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이처럼 도립미술관에 이어 기관 유치를 강력하게 희망한 광양시와 학교 설립에 돈을 아끼려는 전라남도교육청의 의도가 맞아서 이뤄진 일이라지만 어설프기만 하다. 장기적으로 봐서 두 기관의 뜻이 이렇게 잘 맞기만 할까. 만일 소규모 학교에 과잉 지원한다는 여론이 높아진다면 광양시에서 임대를 취소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어쨌든 예술고가 세워져 음악과 미술 분야의 전문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성장하고, 예술가인 교사들이 주민으로서 어울리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교원들은 교육청에서 인사발령을 하기 때문에 광양시에 거주하는 사람이 적다 음악, 미술 분야의 전문 교사들이 광양시에 거주하려면 일반 교사처럼 순환 근무하는 형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예술고에서 예술을 지도하는 교사는 인사이동에서 제외되는 특별 임용이 필요하다.

이제 광양시와 전라남도교육청은 예술고 설립과 운영에 관해서 한 배를 탔다. 학교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달리하고 있는 두 기관이 학교 운영을 잘 하려면 공식적인 협의체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예술인을 길러내고 싶어 하는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예술고 추진이 원활하기를 비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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