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훈
예술공간 돈키호테
기획연구팀장
순천시 도시재생 사업이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순천의 도시재생 사업이 어떻게 추진될 지, 원도심이 어떻게 바뀔 지 궁금해 했을 시민들에게 도시재생의 청사진이 하나둘 제시되고 있다. 큰 그림과 세부 밑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진 듯 보인다. 순천시는 지금까지 그려진 그림을 가지고 주민설명회부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까지, 최대한 사업 대상지 주민과 시민,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겠다는 태도이다.

어쩌면 이 시기가 순천시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때’일지도 모른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나긴 역사 속에서 순천 도심의 경관이 크게 변화하는 ‘역사적인 순간’일지도 모른다. 후대가 지금의 도시재생 계획과 방법을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이후로는 거의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다. 따라서 실행계획 수립 과정에 시민이 참여한다는 것은 그 어느 단계에 참여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소통의 시간과 방법이다. 시는 가능한 모든 채널을 열어두고 다양한 소통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국토부의 도시재생 선도사업은 2017년까지 추진된다. 2017년까지 계획한 사업을 하나둘 완료하자면 시간이 많지 않다. 2017년 후에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도시재생사업은 계속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원도심의 중요한 물리적 인프라가 이 기간에 정비되고 새로운 시설물이 등장하고 경관 또한 바뀔 것이다.

이 시간은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복잡한 도시의 문제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고, 그동안 느긋했던 욕망이 활화산처럼 분출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개인의 욕망에만 충실하면 공동체의 삶과 가치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 도시의 난개발이 그렇다. ‘아파트 공화국’이란 오명이 그렇다. 특히 개인이 자신의 이익과 편의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라는 공동체는 불편함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혼자 잘 살 수 있는 존재일까?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지 무리를 짓고, 관계를 맺으며, 이해를 통해서 공동체의 이익과 번영을 추구해왔다. 그 번영의 상징이 바로 ‘도시’라는 공간이다. 도시공동체란 시골공동체보다는 느슨하지만 보다 역동적이다. 그 역동성의 결과 도시는 시골에 비해 더 많은 번영을 누려왔다. 도시의 역동성은 문명(문화)의 진보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도시의 성장과 확산에 의한 많은 문제들이 누적되어 있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인간의 생로병사처럼 도시 역시 새로 태어나고 점차 낡고, 곳곳이 병들며, 심지어 사라져버리기까지 한다. 우리는 어떤 주기의 도시에 살고 있을까?

순천시 도시재생 사업은 원도심-가장 오래된 도심 지역에서 시작되어 차츰 신도심과 읍면단위까지 추진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도시재생 사업은 여러모로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도시의 역동성을 살려내고, 그것으로 오랫동안 번영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도시공동체의 능동적인 참여에 달려있다. 그 참여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도시라는 공간이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듯 도시(재)개발이든 도시재생사업이든 특정 개인이나 특정 성장그룹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도 안 될 것이다. 도시가 모두의 것이라면, 도시는 공적인 것이다. 가능한 더 많은 시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나아가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자산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숙고해야 하는 시간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한 공공의 이익이 무엇일까를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