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순천대 인문학연구소 소장
지구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유럽, 일본, 미국 등에서 지구화시대에 걸 맞는 세계사 교육이 초․중등학교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교과정에서 세계사가 세계화의 추세에 맞추어 1989년에 필수과목으로 포함되었다. 일본사는 택일 선택과목으로 지정되었다. 미국에서 세계사 교육은 필수로 지정되어 자국사 교육과 비슷한 비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중등과정 역사교과서 『역사(Histoire)』는 프랑스사를 세계사 흐름에 넣어서 서술하고, 프랑스와 외부 세계와의 교류와 관계를 중요시 한다. 영국에서는 세계사와 영국사가 혼합되어 역사교육을 한다.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큰 선진산업국이기 때문에 세계사 교육을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세계사 교육은 해방이후 2003년 제7차 교육과정 이전까지 상당기간 필수였다. 그러나 세계사는 2003년 제7차 교육과정 이후 선택으로 바뀌었고,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선택해서 듣는 학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세계화시대에 걸 맞는 기본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고 있다. 한국도 미국, 일본, 프랑스처럼 중등교육에서 세계사 교육을 필수로 복원해서 가르칠 필요가 있다. 세계사 교육의 필수 복원은 지나친 한국사 교육 의존도를 줄여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 파동을 완화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 못지않게 탈서구중심주의 세계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1955년부터 2003년 제7차 교육과정까지 고등학교 세계사는 서구중심주의 관점에 서있었다. 서양이 근대화되면서 세계를 지배했고, 비서구세계는 이 서구모델의 근대화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이슬람세계, 라틴아메리가 등 세계 각 지역의 독자성과 다원성이 강조되는 현 시대상황에 맞지 않다. 

2007~2009년, 2011년 부분 개정 작업은 그 이전까지의 서구중심주의적 세계사 구성을 전면 수정하였다. 이 교과서는 세계를 통합하는 힘으로 폭력 대신에 대규모 이주, 문화교류, 교역 등의 역할을 중시하고,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을 다양하고 균형있게 다루었다.

그러나 최근 2015년 개정된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는 2003년 제7차 교육개정 이전으로 세계사 교육을 후퇴시켰다. 이 교과서는 교육현장에서의 세계사 교육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교과서 분량을 대폭 축소하였다. 다루는 지역을 동아시아, 서아시아-인도, 유럽-아메리카로 한정하고, 세 지역의 역사를 단순 병렬식으로 구성하여 지역 간 문물의 교류와 확산을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이슬람,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어 세계사의 다원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게 된다. 결국 유럽과 아시아 이외의 다른 지역을 이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닫힌 세계사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세계 곳곳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세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부는 2015년도 세계사 교과서 집필 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집필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때 특정 개인에게 자문하지 말고 세계사관련 전문 학회와 체계적으로 상의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학계의 축적된 최신 연구 성과도 제대로 반영될 수 있고, 지난 10년 동안 보여 온 급격한 세계사 교육의 변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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