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식
순천연향중학교 교사
지독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에도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은 방학을 반납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힌’ 불행한 삶을 이어간 것이다.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인 우리 막내 아들의 경우 방학은 고작 1주일이었다. 학습 효과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일반계 고등학생들이 기꺼이(?) 방학을 반납하고 책과 씨름을 하며 여름방학을 보냈다.

고등학생만 방학이 없는가? 아니다. 초·중학교 학생도 방학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학생들이 태반이었다, 선수 학습과 보충학습을 위한 보습학원 또는 과외공부 때문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방학 중 학원 수강을 하였다. 고등학생들이 방학을 반납하고 초·중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학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SKY’로 불리는 일류대학에 진학하여 사회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서열화된 대학입학제도가 교육여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배우는 즐거움은 없고 친구를 밟고 더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한다는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까마득한 옛말이 되고 ‘개천에서 용쓰다 지쳐 쓰러진다’는 신조어가 생겼다.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노력보다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학생들의 학업성적도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최근에 국제중, 국제고, 자립형 사립고 등 소위 특권학교의 등장에 따라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곡된 교육 현실을 버티다 못해 죽음을 선택하는 청소년 자살률 1위의 오명을 갖고 있는 나라! 새로운 교육체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럼 새로운 대학교육체제는 어떻게 가능한가? 한마디로 현재의 수능 중심으로 한 대학 서열체제를 타파하고 대학을 평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도기적으로 국공립대학 통합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는 대학별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선발을 위하여 지금의 수능과는 다른 대학입학자격고사를 실시한다. 대학입학자격고사는 점수와 서열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학업 결과에 대한 합격·불합격만 판정하게 된다. 대학입학자격고사의 합격자 수는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다.

대학입학자격고사에 합격한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입학을 하되 거주지를 중심으로 근거리 배정을 원칙으로 한다. 단, 학과별 졸업 정원을 정하여 자율적으로 조정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내에서 공동 학점을 인정하여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 졸업 시에는 대학교의 이름은 표시하지 않고 공부한 학과와 성적만을 표기함으로써 대학평준화 체제를 실현하도록 한다. 나아가 비리. 부패 사립대학들을 국가지원 사립대학으로 전환하여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무상급식의 꿈을 꾼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렇지만 지금 현재 중학교까지 대다수 학교에서 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대학평준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일부 후보들은 대학평준화 공약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의지가 문제일 뿐이다.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고 장래에 필요한 창의력과 인성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 수능 점수 때문에 하는 현재의 지식위주의 교육은 지양되어야 한다. 성적을 비관하여 수십 명씩 죽어가는 학생들, 현실과는 동떨어진 입시위주 교육으로 교육에 흥미를 잃어버린 학생들, 평가를 위한 지식 전달에 의해 자존감을 잃어 가는 교사들, 학생들의 엄청난 사교육비에 등골이 휘어지는 학부모들... 모두가 피해자이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행복한 교육제도!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 아자 아자!!!!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