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허리를 드러낸 할머니가 침대에 엎드려 있다. 무릎도 아프지만, 오늘은 허리가 더 아프시단다. 침을 놓고 가려는데 어깨에도 침을 놔 달라신다. 또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 죽겠다고 하소연을 하신다. “이제 내 몸 원장에게 맡겼으니 알아서 해라”고 덧붙이시며.

나이가 들면 아픈 곳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너무 써도 아프고, 너무 안 써도 아프다. 적당해야 덜 아프다. 아예 안 아플 수는 없다. 자기 몸을 쓰고 또 쓰면서 낡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나, 관리도 안 하며 팽개쳐놓고 온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이다. 적당히 부리고 적당히 쉬어야 적당히 건강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자기 몸은 자기가 주인이니 스스로 챙겨야 한다.

몸에는 적당한 것이 좋다

▲ 과유불급 병원복도

몸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치료도 적당해야 효과가 좋다. 혈액검사, 영상촬영, 약물투여, 수술 등의 검진이나 치료는 많을수록 좋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다. 차라리 많으면 모자란 것보다 못한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맞는 말이다. 이를 연구한 논문이 최근에 보도되었다.

지난 11월 21일 펜실베니아대학교 이마누엘 종양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한 논문을 인용했다. 그 논문은 ‘심장발작을 일으킨 환자 수만 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조사한 결과 전문의가 없을 때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구나 일부 환자들의 사망률은 최고의 전문의가 병원에 없을 때 약 1/3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상식에 어긋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은 최고의 전문의는 다양한 시술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내기 의사보다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관상동맥을 여는 수술을 더 자주 한다. 즉, 숙달된 전문의는 최첨단의 시술법이나 위험한 수술을 쉽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실행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즉, 과유불급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전문의는 과감하다

이마누엘 교수는 또 다른 과유불급의 폐해 사례를 제시한다. 이스라엘의 연구진은 평균 7가지 이상의 약을 먹는 노인들에게 약 5개의 약을 중단하고 지켜보았다. 그 결과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이 거의 없었고, 놀랍게도 거의 모든 환자는 건강이 더 좋아졌다. 악화한 경우는 2%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그는 과도하게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들은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일부 약물의 복용을 중단시킬 것을 권유한다. 또 인후염이나 중이염과 같은 질환에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몸이 불편할 때는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옳다. 그러나 병원에 가서 최고의 전문의에게 몸을 맡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의사와의 충분한 소통이 무척 필요하며, 자기 스스로 치료 과정에서 과유불급을 막아내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은 자신의 몸이므로.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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