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창
다들 아시겠지만, 한번 더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가족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지 말로 떼우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몸으로 실천하면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 중에 아마 으뜸이 놀이일 겁니다.

아이들에겐 놀이가 밥이요 공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저는 첫째 아이가 돌이 될 때쯤부터 아이들이랑 노는 것을 무슨 국가적 사명이라도 되는 냥 목숨 걸고 노력해 왔습니다. 노력은 두 방향이었는데요, 첫째는 제가 직접 몸으로 같이 노는 것이고, 둘째는 같이 놀 또래 아이들을 찾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랑 직접 몸으로 놀기 위해 제가 아는 가장 단순한 놀이인 술래잡기, 숨바꼭질 같은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뭐 좀 철학적으로 과장해서 말씀 드리자면,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은 인간이 자연이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공간 활용 기술을 익히도록 도와주는 엄청난 학습효과가 있지요. 그 덕분인지 저희 아이들은 낯선 곳에 가면 숨바꼭질부터 한 판 뜸으로써 그 공간을 파악하고 안전을 확보합니다. 요즘은 저희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이랑 주로 좀비 놀이나 눈 감고 술래 잡기 같은 걸 많이 하고요. 이런 놀이들만으로 두 살 된 아이에서부터 중학생까지도 재미나게 놀 수 있습니다.

몸으로 놀기 위해 어떤 도구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저는 우리 집 뒤에 있는 소나무에 그네를 만들어 줬습니다. 이태 전 겨울에는 텃밭에서 불을 피우는 드럼통을 마련해줬더니, 겨울 내내 거의 매일 불을 피우며 놀다시피 했습니다. 도구를 만드는 과정도 하나의 놀이처럼 아이들이랑 같이 합니다. 빨랫줄 받침대를 만들려고 동네 기슭 대나무밭에 같이 갔다온 이후로 아이들은 지들끼리 톱을 들고 가서 대나무를 잘라다가 놀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선물하기 위해서 제가 놀아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같이 놀 또래 아이들을 찾아주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른이랑 노는 거랑 또래랑 노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니까요. 그래서 젖 동냥을 다녔던 심청이 애비 심봉사처럼 저는 우리 아이들이랑 놀아줄 사람들을 찾아서 허구헌 날 다녔습니다. 유치원 앞에서 기다렸다가 아이들 데리러 오는 엄마들 전화번호를 따려고 얼굴에 철판을 깔았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놀이가 가족 평화의 필수품이라는 걸 경험해보신 분들은 금방 아실 겁니다. 주말쯤 되어서 아이들이 놀지 못할 때는 도대체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을 마구 냅니다. 그러면 평화니 뭐니 힘들어지지요. 그러다가 친구들을 불러 놀다 보면 금새 엄마아빠한테도 무척 친근하게 대합니다. 혹시, 제가 쓰는 가족 평화 프로젝트 이야기가 주로 비폭력대화를 활용하는 거라서, 가족 평화가 말만 잘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신 분이 계실까봐 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가족의 평화를 지키고 회복하는 데, 비폭력대화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 가족평화프로젝트를 마련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비폭력대화를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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