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호
순천전자고
한국사 교사
지금 쇠퇴하고 있는 원도심지역을 재생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포럼이나 활동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줄 안다. 필자도 그 포럼에 참석하여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더 다듬어 제안을 하려고 한다. 원도심은 원래 그 시대의 역사성이 담겨있어서 그러한 상징성과 장점들을 살려야 더 멋이 있고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조선시대의 관아 건물만이 아니라 당시의 놀이와 문화가 있는 장터를 복원해야 살아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원래 시장이 있고 거기에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도시가 있었다. 그만큼 시장은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순천의 시장은 전국 어디를 가나 있는 천편일률적인 물건 파는 시장일 뿐이다. 특색 있는 시장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모든 일에 해당되지만 인문학적인 지식과 예지가 있어야 깊고 넓은 기초를 갖게 되는데 도시재생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마음이 허하다고 생각한다. 서로 내용 있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놀이와 문화가 교류되고 상품도 팔리는 공간으로서의 시장, 즉 우리 조선시대의 장터 같은 공간을 순천에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장터에서는 여러 놀이문화가 있었고, 장인들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었고, 소 팔러 나온 사돈들이 만나 술 한 잔 나누던 곳이었다.

요즘에 장인마을로 비교적 성공적인 곳은 울산광역시에 있는 외고산 옹기마을이다. 이곳은 박물관만 한해 7만 명이 다녀갔고, 옹기아카데미라는 체험활동에 올 1월부터 9월까지 8천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순천도 이런 장인마을의 기능이 있었으면 한다. 또 서울에서는 창의문의 별칭인 자하문 밖 평창동, 구기동, 부암동 일대에서 ‘자문축제’를 열었다. 문화 예술인들이 모여 벌인 축제였는데 최종목표는 창의예술마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들을 참고하여 순천 실정에 맞게 장터 안에 장인마을을 만들어 여러 체험활동이 가능하게 하고, 창의예술마을을 만들어 창의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러한 공간은 은퇴세대에서부터 학생들에까지 다 쓰임이 있을 것이다. 은퇴세대는 생업 등에 바빠 그동안 해보지 못하고 꿈만 꾸고 있었던 취미생활에 침잠할 기회를 줄 것이다. 또 내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 1학년에게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로 체험활동을 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결국 요약하여 말하면 마음이 허허로운 현대인들의 소통과 교류의 공간이자, 은퇴세대와 학생들의 체험활동 공간, 창의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마침 순천이 어렵게 경쟁을 뚫고 도시재생사업을 따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한 몫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놀이와 문화가 있는 장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전통의 맥을 잇고 미래를 일구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장터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마당극이나 탈춤을 보면서 풍자와 해학에 한바탕 어울려보고도 싶다. 안동화회마을에 갔을 때 화천에서 하회탈춤동작을 따라하면서 색다른 기쁨으로 “여기 오기를 잘했다”는 뿌듯함은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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