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우
민들레하나한의원장
학생들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가 한창이다. 이를 보면서 역사 교과서를 넘어 ‘교과서’는 무엇인지, 나아가 교육의 본질은 무엇이고, 국한하여 건강을 위한 보건 교육의 실상은 어떠하며, 이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가를 생각한다.

 건강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고, 사회의 문제만도 아니다. 건강은 관계의 문제이다. 건강은 부모와의 관계, 생활 습관과의 관계, 재산 상태와의 관계, 교육 수준과의 관계, 직업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의료 체계와의 관계, 국가 형태 및 정책과의 관계, 전쟁 등 국제환경과의 관계 등등과 밀접하게 관계 맺고 있다. 건강과 삶이 분리되어 있지 않듯이, 건강과 모든 것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건강은 생물적 요인을 뛰어넘는 세계와의  관계가 문제
 보건 교육은 스스로를 건강의 주체로 세워야
 결국 인간(人間)의 존엄성이 중요해

 

한 사람의 건강은 생물학적 요인 외에 경제적 궁핍이나 교육 수준의 저하, 노동 조건의 열악함, 비민주적 보건정책의 야만성, 정부 정책의 무능함 등에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 이는 질병 발생의 다양한 편차나 메르스 사태 등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위의 요건이 건강에 있어 개인위생이나 생활 관리만큼 또는 그 이상 중요함에도 보건 교육에서는 이를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면, 배달 알바학생의 사고나 질병은 개인적 부주의나 작업 환경의 미흡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스트레칭을 하거나 교통법규의 준수만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은 자본의 이윤 추구의 극대화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의 자본 편들기다. 이러한 본질을 덮는 여러 수단 중 하나가 보건 교육이다.

보건 교육은 학생 자신의 건강을 위해 개인의 영역에서부터 사회, 국가의 영역까지 다층적인 관계를 짚어볼 수 있어야 한다. 여러 관계를 하나씩 탐구함으로써 학생은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책임지는 자기 몸의 주체로 설 수 있다. 건강의 주체로 학생 스스로 선다는 것은 ‘존엄한 인간’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의 진정한 목표다.


역사 교육은 ‘한국인’이 아닌 ‘역사적 자아’가 목표
교육이 ‘인간’ 아닌 ‘일벌레’로 만드는 수단
같은 인간으로서 연대해야
 

한국사 교육은 한민족의 우월성이나 한국의 우수성,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가르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한국사를 배우는 과정은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되새김으로써 현재의 자신이 어떠한 역사적 주체로 자리매김할 것인가를 깨달아가는 시간 여행이다. 이점에서는 기존 검인정 교과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이념전쟁’, ‘역사전쟁’, ‘친일미화책동’의 범주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런 국가 차원의 문제나 대통령 개인의 요구를 뛰어넘는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이라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가 담겨있다. 교육이 학생을 ‘존엄한 인간’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외우는 ‘수동적 일벌레’로 만드는 수단으로 추락하는 문제다. 거리에 나선 학생은 벌레에서 인간으로 환골탈태하는 중이다. 이들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국가주의를 막아낼 것이다.

순천민들레하나한의원 원장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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