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창의 가족평화 프로젝트-6

▲ 장용창
제가 잠시 마당에 나갔다 온 사이에 아내가 먼저 아이들이랑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 누가 먼저 씻을래?

아들: 나 아님.

딸: 나도 아님.

아내: 니들 씻긴다고 내가 또 땀이 난단 말야. 그러니까 얼른 같이 씻자.

보아 하니 아내가 “아이들은 목욕을 해야 해”라는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화에 들어갔습니다.

나: (아내에게) 지금 애들보고 목욕을 하라고 하는 거야?

아내: 그래

나: 목욕은 꼭 해야만 하는 거야?

아내: 너, 또 비폭력대화 실험하는 거야?

나: 비폭력대화고 지랄이고 간에 내 질문에 답 좀 해봐. 애들이 목욕을 꼭 해야만 하는 거냐고?

아내: 당연하지.

나: 왜 당연한 건데?

아내: 난 더러운 게 싫단 말야.

나: 그래, 더러운 거 싫은 거 알겠어. 그럼 너만 씻으면 될 거 아냐? 왜 니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거야?

아내: 같이 쓰는 집 아냐?

나: 같이 쓰는 집 맞아. 그래서 뭐? 똑바로 좀 얘기해봐. 애들이 샤워를 안 하면 너한테 무슨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데? 뭐, 니가 쓰는 물건이 더러워져?

아내: 애들이 땀 나면 밤새 긁는다고 잠을 제대로 못 자잖아.

나: (아들한테) 준영아. 목욕 안 하면 밤에 긁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아들: 응. 괜찮아. 그래도 목욕 안 할래.

나: (아내에게) 봐봐. 괜찮다잖아. 니가 깨끗한 거 좋아하면 니만 깨끗이 하세요. 애들이 더럽다고 뭐 니한테 피해가 있어?

아내: 이불이 더러워지잖아.

나: 그럼, 애들한테 그렇게 부탁을 해 봐. “니가 안 씻으면 내가 쓰는 이불이 더러워지니까 샤워를 해줘”라고.

아들: 그럼 이불 안 더럽히려면 발만 씻으면 되겠네?

나: 그렇지. 발만 씻으면 되지. (아내에게) 봐봐. 니가 부탁을 하는 이유를 말하니까 새로운 가능성들이 보이지?

아내: (아들에게) 그럼 발 씻으러 갈래?

아들: 알았어.

비폭력대화에선 부탁을 할 때, 그 이유를 같이 말하자고 제안합니다. 부탁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욕구입니다. ‘내가 이런 게 필요해서 그러는데,’라든가, ‘나한테 이런 게 너무 중요해서 그러는데,’ 등의 표현이 그것입니다. 부탁의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이 부담스러워서 부탁을 들어줄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중요한 건 부탁을 하는 그 행위가 아니라, 그 행위를 통해 얻으려는 욕구입니다. 내 욕구를 말하면 부탁을 듣는 사람은 설령 그 부탁을 안 들어주더라도, 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흔히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도 모르고, 자기가 어떤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왜 부탁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목욕을 하면 자기한테 뭐가 좋은지, 제 아내는 의식해본 적이 없이, 그냥 ‘땀이 나면 목욕을 해야 해’라는 생각만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행동을 통해 충족하려는 내 욕구가 무언지를 잘 모르면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강요하게 됩니다. 저희 가족은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아들은 발만 씻겠다고 하면서 화장실로 가서는 목욕까지 했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존중되고 수용되었기 때문에, 엄마의 부탁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경우, 공감이야말로 갈등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평화를 지키고 회복하는 데, 비폭력대화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 가족평화프로젝트를 마련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비폭력대화를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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