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준
소설가. 논설위원장
브라질의 사회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가 1989년 상파울로 시 교육감이 된다. 브라질 문맹퇴치 운동에 앞장섰던 그가 펼친 지방교육 정책은 지방교육의 비젼 제시, 인사의 투명성과 적요성, 예산의 효율성 실현을 통해 상파울로 시 교육정책을 쾌적하게 이끌었다. 이에 브라질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브라질 교육 전반으로 확산, 촉진되면서 브라질 연방교육을 20여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지역의 똑바른 교육정책 시행으로 한 국가의 교육이 제대로 자리매김한다면 이는 ‘교육감 효과’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우리나라에선 경희대 성열관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 시대가 열린 게 6년 차다. 진보교육감 제 1기에 속하는 김상곤, 곽노현 시대 이후 13개 시도에서 진보 성향의 제 2기 교육감이 들어섰다. 제 1기 진보교육감 시대에 우리 역시 교육감 효과를 실감했다. 과반을 훌쩍 넘는 제 2기 진보교육감 시대에 기대하는 바가 자못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기대의 충족에 미흡하다는 느낌과 더불어 실망감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교육 교부금을 미끼로 지방교육을 옭죄는 현 정부의 치졸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견해 표명과 이에 대한 교육감 권한의 인정도서인 대안교재를 마련하겠다는 선언 등 명쾌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지방교육의 여러 영역에서 실무적 접촉이 있다고 듣고 있다. 혁신학교 정착과 발전을 위한 실무 협의를 정기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도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교육감 권한에 속하는 지방교육 단위에서의 교육덕목을 실현해야 할 시기를 놓치거나 방기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겠다. 지방교육에서의 진보교육 의제를 자칫 거창하게 생각하거나 교육감들 스스로 학교교육 안에서의 진보교육 의제에 대한 인식 부재를 드러내고 있지는 않나 여긴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은 513만(초 273만, 중 159만, 고 181만 여명)명 정도다. 이들 중 4/5가 진보교육감이 지방교육을 이끌고 있는 지역의 학생이다. 진보교육감이라 해도 어느 교육의제에 관한 개인별 인식과 지역별 상황에 따라 시행에 있어서의 난이도가 다를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더 이상 양보하거나 물러설 수 없는 시점이라고 본다. 교육의 진보 의제 논의와 시행 요구는 그들을 당선시킨 유권자들의 절박한 표출이었다. 현 교육제도에 대한 강렬한 반기였으며 새로운 교육정책의 도입을 전제한 애잔한 한 표의 선택이었다. 1%를 제외한 99% 교육소외자들의 저 가슴 깊숙이 내재된 포효였다.

시기를 놓쳐서는 결코 안 되는 진보교육 의제, 세 가지를 들고자 한다.

- 현 정부가 추진하는 꿈과 끼를 키우는 학습력 도입의 역발상을 통하여, 방학 때엔 전국의 모든 학교가 이른바 방과후수업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 시기에 봉사, 체험, 독서, 여행, 공동체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야말로 방학(放學)하라는 것이다. 

- 현 정부가 내세우는 ‘문화의 날’ 시행의 역발상의 견지에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엔 전국의 모든 일반계고, 자사고, 특목고 등에서 야간학습을 폐지하고 동시에 초중고 학생들의 학원 수강도 자제토록 하여 아이들에게 문화와 놀도록 하는 의제를 논하고 행하되, 더 나아가 매주 수요일엔 지자체와 협력해 모든 청소년들에게 문화와 놀도록 기반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 현 정부가 밀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 옭죄기를 되받아치는 역발상을 대학과 더불어 이끌어내, 학교교육 혁신이라는 교육의제를 대학과 연계, 추동함으로써 입시 지형을 새롭게 일궈내라는 것이다.

교육의 진보 의제를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절명으로 받아들여 그 책무의 이행을 다시 한 번(2014. 6월 시론 ‘진보교육감에게거는 기대’), 촉구한다. 현재의 학교교육으로는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걸 통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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