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어때서 그 카노』/ 남찬숙 글, 이혜란 그림 / 사계절


어린이는 미래를 살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대할 때는 진지하게, 부드러움과 존경을 담아야 합니다.
그들이 성장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건 간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모든 어린이의 내면에 있는‘미지의 사람’은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언젠가는’,‘지금이 아닌’,‘내일’의 사람이 아닙니다.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양철북) 중에서
 

 

▲ 심명선
어린이책시민연대 전 대표

송연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며 씩씩하게 산다. 어른들은 송연이가 뭐가 될지 정말 궁금하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이 많으니 잘 하는 것도 많아서 무슨 일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척척 해내고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부당하게 시키는 일은 하지 않지만 엄마가 아프면 부엌일도 맡아서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엄마랑 고모랑 같이 잔치 음식을 하며 재미난 이야기도 하고, 무슨 일이든 관심 갖고 스스로 판단해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다른 사람 생각을 듣기도 한다. 큰아버지 사업 부도로 송연이네 집까지 빚더미에 앉게 되어 엄마가 머리를 싸매고 누웠을 때는 큰아빠에게 돈을 빌려준 아빠가 밉냐고 물어본다. 아빠가 무슨 잘못이라고 미워하냐며 이 상황이 속상해서 그렇다고 하는 엄마 말에 기뻐하기도 한다. 서울로 전학 간 친구 경순이가 혼자 계신 할머니를 걱정하자 옆집에 가서 할머니를 위로해주고, 아버지 부도로 송연이네에와 있는 사촌 기철이를 안쓰러워 하기도 한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른들 일이라고 외면하거나 아이들 일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함께 겪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에 반해 중학생인 언니 서연이는 공부 밖에 모른다.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쓴다. 그것도 부모를 위하여 하는 공부다. 판검사나 의사가 돼서 부모님 해외여행도 시켜주고 집도 사주고 딸만 낳았다고 할머니한테 구박받은 엄마의 한도 풀어준단다. 실제로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어떨때 기분 좋은지 들여다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서연이가 부모를 바라보는 관점은 맹목적이고 일방적이다. 최고의 대학을 나온 큰아버지처럼 돼서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엄마 아빠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생각한다. 서연이 스스로 부모를 낮추어 보면서 지켜주겠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과 해야 할 일을 부모와 함께 하면서 기쁨을 느끼거나 필요한 일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직업을 가지면 뭐든 맘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 보다 더 앞서야 하고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 도시로 나가 공부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부모를 졸라 겨우 도시로 나가더니 이번에는 학원이나 과외로 선행학습 하는 도시 아이들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자신과 부모를 괴롭힌다. 언니는 성적 좋을 때 외에 즐거운 일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송연이는 친구랑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산도 좋고 강도 좋고 학교 다니는 길도 좋아 언제까지나 그곳에 살고 싶어한다. 엄마가 하는 말과 모습을 좋아하고 아빠랑 일하는 것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 많으니 앞으로 송연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이 안된다. 송연이랑 있으면 엄마도 아빠도 고모도 기분 좋다. 고모는 “서연이는 뭐가 돼도 될 건데 송연이는 뭐가 될지 정말 궁금하다”고 한다. 송연이는 고모나 엄마의 범주에 갇혀 있는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송연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지 더욱더 기대가 된다.

아이들이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하고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맞추어 살려고 할 때, 아이들은 삶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과 환희를 맛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려고 기를 쓰게 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큼씩 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속에서 사는 아이는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며 뜻밖의 기쁨을 맛볼 것이다.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을 기다린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적성에 맞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기쁨이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날마다 즐겁게 내일을 기다린다. 아이를 보호하려고 하면 아이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될 때, 아이에게서 생각지도 못 한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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