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계수 발행인
2012년 말에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협동조합 설립 요건을 크게 완화한 이 법은 협동조합이 국가적으로 경제 성장이 한계 상황에 다다른 가운데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로 인식되면서 커다란 환호 속에서 발효되었다. 그 이후 전국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 330여 개를 포함해 8,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고, 광주를 포함한 전남에서는 830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실로 협동조합 설립의 붐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변변한 언론매체가 없는 우리 지역사회에서도 뜻있는 시민들의 기대를 받으며 언론협동조합이 결성되었다. 이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서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지역공동체 형성을 모토로 한 순천광장신문이 탄생할 수 있는 모태가 되었다. 신문 발간 후 첫 1년 동안 격주로 발행되던 광장신문은 언론매체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2014년 벽두부터 매주 1회 발행 체제로 전환하고 그에 필요한 최소한의 제작 기반을 마련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현재 순천광장신문은 꽤 심각한 재정난에 처해 있다. 신문 발간 및 유지에 필요한 기본적 재원은 마땅히 구독료와 광고 수입일 터이다. 그러나 광고 수입은 신문 발행 부수의 한계와 협소한 지역 광고 시장 여건으로 인해 항상 불충분하고 규칙적이지 못했다. 구독료 수입 또한 구독자 확보가 지지부진한 결과로 신문 발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지역에서 광장신문에 대한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추세로서 활자화된 글, 특히 장문의 글을 읽지 않으려는 경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독서 인구의 감소와 함께 종이 신문이 사회 전체적으로 사양화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값싸고 접근하기 쉬운 대체재가 넘쳐난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지역을 변방으로 보고 이를 하찮게 여기면서 중앙을 경외시하는 태도로 인해 증폭된다. 중앙일간지를 보고 있는데 굳이 지역신문을 볼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을 발간하는 일이 협동조합 사업의 대상으로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의 사업은 해당 조합원들의 삶에서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것이어야 할 것 같다. 협동조합의 주요 사업 분야가 소비, 의료, 금융, 생산 분야였다는 점은 협동조합 활동의 성패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협동조합은 생활의 물질적, 경제적 활동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을 때 조합원들의 1차적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공정하고 비판적인 정보에 대한 욕구는 부차적인 것일 수밖에 없고, 그것이 광장신문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속화되는 경향과 더불어 사람들의 삶이 갈수록 파편화, 보수화되는 현실에서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은 점점 더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공개하고 토론하는 장으로서, 시민사회의 각 부문을 연결하고 매개하는 장으로서 지역언론은 물질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시민 삶에 있어서 핵심적인 관심사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공적인 삶이 진전되고 개선되리라는 희망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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