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호
순천전자고
한국사 교사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받아 오는 9월 5일 선포식을 한다고 한다. 그 전날 저녁에는 서울에서 전야제까지 연다고 한다. 축하할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요즘같이 고속화된 교통문화 속에서 당일치기로 하루 만에 보고 갈 곳이 아니라 하루 밤 정도는 묵어가면서 순천의 멋과 맛을 느끼고 갈 수 있는 이른바 ‘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관광수입도 얻고 관광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더 크게는 순천의 지역 브랜드를 향상시켜 지속적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것이다. 하룻밤 묵어가면서 느끼는 운치와 추억은 한낮의 관광과는 격이 다른 여운을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체류형 관광지는 볼거리만 있지 않고 반드시 즐길거리가 있다. 제주 올레길도 그렇고, 전주 한옥 마을도 그렇다. 순천도 이러한 점에 눈을 뜨고 특화된 즐길거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가족단위로 와서 체류할 수 있어야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관광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소득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증권사 ‘찌라시’라고 흔히 말하는 정보지에는 베이붐 세대를 가리켜 백금세대라 한다. 즉 단군 이래 가장 자산이 많은 세대라는 것이다. 그들이 성장하거나 한창 일할 때는 경기 팽창기라서 일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소득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주 대상으로 한 체류형 관광상품을 만들면 몇 십년간은 순천의 재정자립도도 많이 올라갈 것이다.

우선 이러한 백금세대들이 향수를 느끼고 즐길만한 관광상품으로 착안해 볼 만한 것은 ‘팔도촌’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전통가옥들을 재현하여 묵어갈 집과 마당과 고삿길을 만들어 여러 지역의 주거문화와 어릴 적 놀이문화를 재현해보는 것이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마당이 있는 집과 고삿길을 걸으며 느끼는 감흥은 각별한 것이다. 특히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아온 백금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렇게 되면 체류형 관광상품이기도 하지만 영화 세트장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구경만 하는 박제된 관광상품이 아니라 색다른 집에서 하룻밤 자면서 가족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마당과 고삿길에서 자녀들과 함께 해보는 놀이문화는 더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더 나아가서 가족끼리 해보는 놀이는 건강한 가족문화를 이끄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그들이 낙안민속마을과 드라마 세트장에서 다 충족시킬 수 없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기억할 것이다. 또한 모든 지역 출신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킬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번성하면 쇠퇴한다. 잘 나갈 때 쇠퇴를 걱정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순천시행정도 이런 안목을 갖고 접근했으면 한다. 갑자기 공단을 조성하여 지역소득을 높일 수도 없지만 그것이 순천의 도시 이미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주말만 되면 수도권을 벗어나는 인파와 차량행렬들을 보면서 순천이 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이다. 또 어찌 아나? 그들이 이런 아늑한 순천의 관광문화 등이 좋아서 은퇴 후 삶을 순천에서 살기로 결정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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