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지난 8월 22일부터 시작된 남북 고위급 회담이 24일 현재 3일 째 진행되고 있다. 모든 국민과 전 세계가 손에 땀을 쥐면서 회담에서 좋은 결론이 도출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앞당겨 질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발목지뢰와 포격으로 인한 북한 도발로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높아지던 때에 전달된 고위급 회담 소식이라 기대를 많이 걸었지만 아직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이 먼저 제의하였고 남한의 수정안을 받아들여 개최된 회담이라 하루면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틀째 이어지면서 자정이 넘어도 결론 도출이 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지난밤 희망을 소원하면서 밤새 회담을 지켜보아야 할 것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한반도의 불안감과 긴장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남한 내에서도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매파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고 종북몰이와 색깔론 등으로 갈등도 증폭되고 있어 평화 정착의 희망은 자꾸 요원해 보이는 것 같다.

일제 강점 시기에 상해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표현한 영화 ‘암살’이 지난 주말을 맞아 관객 수 약 1160여만 명으로 역대 7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영화적 기법이 우수하여 독립운동에 무관심하였던 20대들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 영화를 많이 보았다고 한다. 나도 20대 학생들과 같이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이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김원봉, 김구, 의열단, 신흥무관학교 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 영화는 역사적 고증도 잘 된 작품이라는 평가다. 영화에서 잠깐 보인 장면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약칭 반민특위)에 관련된 내용도 있다. 김구의 암살 지시를 받으면서 정보를 일본에게 넘기는 밀정인 염석진 (이정재 역)은 해방된 후 경찰 고위급이 되어 권력을 차지하게 되고, 반민특위 재판에서도 풀려난다. 물론 끝에 여성 저격수 안옥윤 (전지현 역)에 의해 사살됨으로써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여수, 순천 지역에도 못 다한 숙제가 있다. 제주도의 4.3평화공원과 비교해볼 때 이 숙제는 반드시 풀어내야 할 것 같다. 최근 사용하는 중립적인 표현이 ‘여순사건’이다. 물론 여순 반란사건보다는 개념 규정이 진일보 했다고 하더라도 이 표현조차도 여수와 순천 사람이 무슨 문제를 일으킨 사건이라는 의미가 있어 바람직한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여순사건은 정확한 진상 규명과 성격 규정, 희생자 명예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주 4.3사건은 18건의 국가기록물이 네이버에서 검색되지만 올해 10월 19일이면 67주년이 되는 여순사건은 아직 국가가록물이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여순사건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지역 사회의 관심을 유지시켰던 역할은 작은 민간단체인 여수지역사회연구소를 중심으로 몇몇의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주관하여 연구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단독 정부 수립 직후 발생한 비극적 사건이다.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계기로 이를 거부한 14연대가 일으킨 반란사건이지만 이면에는 해방 후에도 청산되지 않은 채 기득권을 이어 받은 친일 경찰에 대한 반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반란군이 여수를 7일간, 순천을 3일간 점령하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만 특히 이 사건을 좌익세력의 혁명으로 규정한 이승만 정권의 진압작전으로 국가 권력에 의해 무고한 사람까지 처참하게 희생된 사건이었다. 무고한 양민 일부가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처형되었다. 억울한 죽음이 아주 많았던 여순 사건과 관련된 노래는 그래서 무척 애잔하다.

여순 사건 이후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고 반공체제가 구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제 남한과 북한이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노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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