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준
소설가, 논설위원장
현 정부가 노동 유연성 등 후반기 국정 4대 과제를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자유학기제를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한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 3년 과정의 6학기 중 1학기에 한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와 체험 위주의 교육과정을 짜서 여러 가지 교육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아이슬랜드의 자유학기제가 핀란드 교육제도보다 앞선 하나의 틀이라 보는 듯하다. 우리 교육 여건 상 접맥하기에 유용성이 그나마 더 순탄할 거라 여긴 탓이리라.

전국의 49개 시·군교육지원청이 시범교육청으로 선정되었고 순천교육지원청(이하 순천청)도 그 중 하나로, 순천 내 19개 중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그동안 해왔다. 순천청은 시범학교 운영을 통한 자유학기제 교육과정 운영 역량이 축적되었다고 보고 지난 5월 6-8일, 관내 21개 모든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담당자를 대상으로 “행복교육의 단초가 되는 순천형 자유학기제 계획단계 컨설팅”을 실시하였다. ‘핵심컨설턴트 중심으로 학교 간 상호 컨설팅’, ‘1학년 2학기 실시하는 자유학기제 운영’, ‘자유학기제 교육과정 편제표 작성’, ‘애로사항’,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운영’, ‘학교문화를 바꾼 학생 참여 중심 교실수업’ 등 나름 깐깐하게 준비한 연찬회였다고 본다.

학교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명제는 어제 오늘의 교육의제가 아니다. 교육이 국민의제로 자리매김한 이후, 교육현실에 대한 질타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동네북처럼 뭇매를 맞고 있음에도 학교는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성적과 입시에 매몰되어 있다. 이는 21세기 초반부, 현 시기에 대한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교육계 전반의 인식 부재에 기인한다. 

21세기 초반부의 집약된 시대정신은 ‘문화 창조의 시대’라는 데 대략 동의하는 듯하다. 제 분야에 있어 친환경적이며 섬세한 에코 디자인(Eco Design)의 의미와 상통한다. 도시재생을 위한 순천 구도심의 계발계획, 숲과 연계한 도시인들의 힐링문화 구현, 도시 정원화가 가져다 준 생태도시로써의 순천 이미지 제고, 문화의 거리 활성화를 통한 문화와 정원이 어우러진 생태문화도시 추구 등이 에코 디자인의 관점에서 구체화,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련의 문화적 창발성 구현이 교육에 의해 지속화 되고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자유학기제 시행의 본질적 의미가 담겨져야 함은 주지하는 바다.

우리 교육은 그동안 문화 향유자를 길러내는 데 방점을 찍어 왔다. 이제는 문화 창조자를 육성하는 데에 추구점을 둬야 한다. 지침과 통제형 창의·인성교육에 의한 창조성이 아닌 기발한 상상력과 모호한 역발상을 포용하는 창의·인성교육은 미룰 수 없는 교육혁신의 중심어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년 넘게 광장신문이 주관하여 자유학기제 시범 도입에 따른 마을(순천)의 교육자원 찾아내기와 그 연계, 단위학교와의 접맥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순천청이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될 것이다. 순천청이 광장신문이 주관하여 가진 몇 차례의 모임 장소를 제공하고 관내 중학교 자유학기제 담당교사의 토론회 참여를 독려해주었으며 체험활동 관련 책자 발행 지원과 배포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 일궈낸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과의 연계를 더욱 추동하려는 의지의 진전이 없는 건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마을이 움직여야 한다.’는 격언을 소중히 여겨 순천교육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자유학기제 운영이 요망되는 시점이다. ‘문화 창조의 시대’라는 시대정신에 따른 변화의 요구를 외면한 채 기존의 틀을 유지하려는 학교교육의 편의적 자세로 자유학기제가 운영되어선 안 된다는 지역민들의 요구를 순천청은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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